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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생명보험 해외투자 112兆…"코로나發 환율변동에 좌초 우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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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운용수익률 높이려 해외투자 늘려

코로나19 사태 이후 환율 변동성 확대

생명보험사 환율 대응책 마련 고민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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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생명보험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확산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로 환헤지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려 투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린 생보사들은 코로나19악재로 환율대응책을 세우느라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2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24개 생보사의 외화유가증권 투자규모는 지난 1월 기준 112조5698억원으로 전년 동월 99조3616억원 보다 무려 13.3%나 급증했다.


한화생명이 해외증권 28조1217억원을 보유해 해외투자 규모가 가장 많았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한 수치다. 전체 운용자산 97조1349억원 가운데 28.9%에 달했다.


교보생명의 해외증권 투자규모도 같은 기간 16조1785억원에서 20조3104억원으로 1년 만에 25.5%나 늘었다. 전체 운용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0.3%에서 23.6%로 신장했다.


삼성생명이 17조3082억원으로 뒤를 이었으며, 농협생명 13조5008억원, 동양생명 7조7억원, 흥국생명 4조516억원 순이었다.


중소형사 가운데서는 KDB생명과 AIA생명이 외화유가증권 투자가 소폭 감소했다. 최근 대형사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해외증권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생보사들은 지난해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고객에게 약속한 이자율만큼 자산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리지 못해 이차역마진이 발생하자 국내 채권시장 대신 해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국내 장기물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해외채권을 통해 자산운용수익률을 높이면서도 장기 자산투자를 통해 자산과 부채의 만기 차이(듀레이션 갭)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환헤지 리스크가 커졌다. 환헤지 계약을 한 경우 환율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은 없지만, 헤지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롤오버(만기연장)를 해야하는데 환율변동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 적극적으로 확보한 해외자산이 위험자산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또 환헤지를 할 때 증거금제도를 활용하는데 유동성을 확보에도 비상이 걸릴 수 있다. 증거금으로 달러예금(국채)을 요구할 수 있으며, 원화예금을 담보로 잡히면 원화예금 가치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약해져서 이중으로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생보사들은 환율 변동성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등 대비책 마련에 한창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현재 환율 변동을 감안해 올 상반기까지 환헤지 대책을 수립했다"면서 "아직까지 해외채권이익이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문제는 되지 않고 있지만 하반기 이후 환율 변동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도 "해외채권 대부분 5년 장기물이어서 당장 환율 변동에 따른 큰 영향은 없다"면서도 "환율 변동성에 노출을 최대한 줄이는 전략으로 대응하면서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환율급변동에 따른 비용증가로 수익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임준환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환 변동성 태풍이 불고 있는데 앞으로 더 쎄게 불지 금방 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배를 몰고 나가면 좌초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국내 생보사들의 자본금 규모가 크지 않아 버티기가 불가능할 수도 있는 만큼 해외자산 운용을 일부 중단하고 상황을 관망하는 것도 위기를 극복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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