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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슈 불붙는 OTT 시장

美애니 '트롤' 극장·VOD 동시개봉…OTT가 극장 넘어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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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국내 OTT 시장 32.7% 성장

코로나에 온·오프라인 명암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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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극장과 VOD로 동시 개봉하게 된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 투어' 한 장면. 왼쪽부터 각각 배우 안나 켄드릭,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목소리 연기한 주인공 캐릭터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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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 투어’가 29일 영화관과 안방극장(VOD)에서 동시 개봉한다. 세계 시장을 겨냥해 제작된 할리우드 상업영화가 온·오프라인 동시 출시되는 것은 처음이다. 한국의 100억 대작 스릴러 ‘사냥의 시간’이 10일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OTT) 넷플릭스로 직행하고, IPTV 개봉영화 ‘공수도’가 9일 극장에서 역개봉하게 된 데 이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곳곳 영화관은 문을 닫거나 관객이 급감한 반면 안방극장은 호황을 맞았다. 극장 개봉 중심이던 플랫폼 간의 유통 장벽이 무너진 데 더해 극장업계와 OTT업체 사이에 논란을 빚어온 홀드백(극장 개봉 후 다른 플랫폼에 출시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 기간도 사실상 붕괴됐다.

그간 꾸준히 성장해온 디지털 온라인 영화 시장이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급물살을 타게된 것이다.



작년 국내 OTT 시장 32.7% 성장



1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디지털 온라인 시장 매출 규모는 OTT 등 인터넷 VOD, TV VOD, DVD 및 블루레이 모든 영역에서 증가하며 전년 대비 7.5% 성장한 5093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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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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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온라인 시장 전체 매출의 79.7%를 차지하는 TV VOD 매출(4059억원)은 성숙기에 접어들며 전년 대비 2.9%의 다소 둔화된 증가세를 보인 반면, OTT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영화시장은 급성장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넷플릭스 등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의 국내 영화 부문 매출은 718억원으로 전년 대비 3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PwC "올해 OTT가 극장 넘어선다"



영진위 결산에 따르면 OTT의 대표격인 넷플릭스의 한국 가입자 수는 이미 200만 명을 훌쩍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에서 새로 시작된 디즈니+, 애플TV 등의 OTT도 조만간 한국시장 진출이 예정된 가운데 국내 OTT 1위 업체인 SK텔레콤의 옥수수와 지상파 OTT인 푹(Pooq)이 합병한 웨이브가 지난해 9월 출범해 단숨에 넷플릭스 가입자 수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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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wC(2019) [사진 영화진흥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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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OTT의 급성장은 세계적인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세계 OTT 시장이 연평균 13.7%의 성장률을 보이며 2020년 극장 시장 규모를 추월할 것”이라 전망했다. 올해 각 세계 시장 규모가 OTT는 523억달러(약 64조원), 극장은 49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면서다.



극장 중심 영화 유통 구조 붕괴할까



코로나19로 인해 온·오프라인 영화 시장의 명암은 더욱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매체 벌처의 지난달 17일 “코로나 바이러스가 영화를 극장에서 온라인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이런 현상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곳이 바로 ‘트롤: 월드 투어’ 배급사 유니버설픽쳐스다.

유니버설픽쳐스는 지난달 16일 “‘트롤: 월드 투어’의 온·오프라인 동시 개봉과 더불어 극장 상영 중인 영화 ‘인비저블맨’ ‘엠마’ ‘헌트’도 홀드백 기간을 앞당겨 VOD 출시한다”고 밝혔다.



VOD 동시개봉 결정 뒤엔 거대 케이블사



이날 성명에서 모기업 NBC유니버설의 제프 셸 최고경영자(CEO)는 “극장 이용이 가능한 지역에선 관객들이 여전히 극장을 찾아줄 것이라 바라고 믿지만 세계의 다른 지역 사람들은 극장 이용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열흘 뒤인 지난달 26일엔 그 자신도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 격리 후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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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더 우먼 1984'도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을 6월에서 8월로 미뤘다. 한때 OTT로 직행한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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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선 기존 관행을 깨부순 이런 결정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일시적인 해결책을 넘어 향후 영화 유통 질서에도 영향을 미치리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17일 LA타임즈는 “유니버설은 거대 케이블회사 컴캐스트의 소유이고 영화를 케이블 채널 구독자에게 빠르게 제공하게 될 경우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니버설은 자체 OTT 서비스도 이달 미국에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원더 우먼' '블랙 위도우' 극장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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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미국 코믹콘에서 마블 히어로 영화 '블랙 위도우' 출연 배우 플로렌스 퓨가 마이크를 잡고 있다. 맨 오른쪽이 주연 배우 스칼렛 요한슨. '어벤져스' 시리즈의 여성 히어로 블랙 위도우의 이 첫 단독 영화는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5월 1일이던 개봉을 잠정 연기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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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제작비가 수억 달러에 이르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경우 전세계 극장 개봉을 해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에 OTT로 바로 풀기는 어렵다.

코로나19로 인해 각각 개봉을 미룬 워너브러더스의 히어로 영화 ‘원더우먼 1984’, 디즈니의 ‘블랙위도우’도 일각에서 OTT 직행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각 영화사들이 모두 부인했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원더우먼 1984’의 제작비는 1억8000만달러 이상, ‘블랙위도우’는 통상 마블 히어로 영화의 제작비 1억5000만~2억달러 사이일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다운로드 기승…'기생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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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흑백판 한 장면. 오리지널 컬러판 영화는 전세계 극장 흥행에 더해 안방극장을 찾았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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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영화 불법 다운로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미국 매체 포춘은 “코로나19로 인해 영화 개봉 연기가 잇따르며 불법복제물이 난립하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하며 일부 국가에서 먼저 개봉한 영화들이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선 이탈리아에선 구글에서 넷플릭스와 함께 지역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 검색량도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도 불법 다운로드는 골칫거리다. 아카데미 4관왕으로 화제를 모은 ‘기생충’은 2월 중순께 “봉준호 감독님 선물이라고 하네요~. 무료관람 즐기세요~~”란 허위 문구와 함께 영화 전체를 내려 받을 수 있는 불법 링크가 돌아 투자·배급사 CJ ENM이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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