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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채안펀드 출발부터 `삐끗`…개점휴업 회사채시장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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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91일물 금리> AA- 3년물 금리 `역전`

유동성 경색 심각…채안펀드 가동 불구 수요 확보 미지수

연기금 등 큰 손들 들어와야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가 가동 첫 날부터 삐걱대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후 개점휴업상태인 회사채 발행시장에 마중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크지만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매입을 두고 금융위와 운용사, 발행사간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채안펀드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의 유동성 리스크가 크게 확대된다는 데 있다. 4월 만기도래 회사채는 6조5000억원에 달해 원활한 차환 발행이 유동성 리스크 관리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자료:금융투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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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채 개점휴업… CP 91일물 금리 ‘급등세’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발행된 회사채는 5조515억원으로 전월(12조3169억원)에 비해서 59%(7조2654억원)나 급감했다. 지난달 중순 하나은행 후순위채의 수요 미달, AA급의 포스파워 미매각 등이 발생하면서 장기물 기피 현상이 뚜렷해졌다. 반면 4월에 만기도래하는 회사채는 6조5395억원으로 올들어 월별 가장 큰 규모다.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막히면서 기업들은 CP 발행, 은행 차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SK에너지는 3월까지 1조5850억원의 단기사채를 썼다. CP 발행 이력이 없던 SK종합화학도 3300억원을 발행했다. SK와 SK건설도 각각 100억원, 200억원을 단기자금시장에서 조달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6일이후 31일까지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원본에서 유출된 자금은 총 26조5469억원에 달했다. 이는 연말 결산인 지난해 12월 유출규모(25조2242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시장안정에 나섰지만, 큰 손 기관들은 물론 기업들의 현금확보가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움직임에 A1등급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는 이날 2.23%까지 치솟았다. 엿새 연속 5년래 최고치 경신을 이어가면서 회사채 AA-등급 3년물 금리를 추월했다. 3개월짜리 CP 금리가 3년짜리 회사채보다 높은 것이다.

2일 기준 AA- 3년물 회사채 금리는 2.086%로 CP금리(2.23%)보다 0.144%포인트(14.4bp) 낮았다. 지난달 26일 CP금리가 2.04%로 AA-3년물 회사채 금리(2.035%)를 추월한 이후 엿새 연속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회사채 발행이 지난달 중순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적정 금리가 반영되지 않은데다 단기 자금시장으로 자금조달이 몰린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장단기물 금리가 역전된 것은 유동성 경색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다만, 장외에서 발행되는 일반기업 CP의 경우 산업은행 등의 CP 매입으로 시장안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산업은행 등이 매입에 나선 이후 일반기업 CP 발행에서는 스프레드가 10~20bp씩 하락하며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며 “CP시장의 온기가 일반기업 CP 발행을 중심으로 퍼져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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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AA급 롯데푸드 등 발행 대기…당분간 채안펀드 소화해야

이 가운데 채안펀드가 본격 가동되면, 얼어붙었던 회사채 발행이 일정수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채안펀드가 각사(AA급이상)당 발행규모의 50% 수준에서 3년물만 매입이 가능한 만큼 시장에서의 수요확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6일 롯데푸드(002270)(AA)가 700억원규모 3년만기 회사채 발행을 위해 첫 타자로 수요예측에 나선다. 현재 같은 등급의 회사채 민평금리 상하 40bp가 수요예측 밴드로 제시됐다. 가공유지, 빙과 등 선도적 시장지위를 확보한 롯데푸드는 롯데지주(004990)가 지분 23.08%를 가진 최대주주다. 다만 AA등급엔 롯데그룹의 지원가능성은 반영돼 있지 않다. 지난해 개별기준 매출 1조7889억원, 영업이익 495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86.7%, 차입금 의존도는 17.4%로 높지 않다.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이 주관사로 나선다.

LG CNS도 6일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LG CNS는 3,5,7년물을 총 1500억원가량 조달할 계획이다. 호텔신라(008770)(AA)가 3, 5년물 2500억원을 발행하기 위해 9일에 수요예측에 나서고, 한화솔루션(009830), 롯데칠성(005300) 2000억원, 기아차(000270) 3000억원 등이 13일에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이들 기업은 채안펀드 편입대상인 AA급 이상이지만, 호텔, 자동차, 유통 등 코로나19 타격이 적지 않은 업종이라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특히 회사채 수요예측제도는 발행사를 보호하기 위해 민평금리에 10~20bp 정도의 밴드로 제시되고 있어 수요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지난달 중순 이후 급등한 크레딧 스프레드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비싸게 인수하는 격이라 운용사 등 기관들이 적극 나서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푸드를 제외하고는 수요예측 밴드가 제시된 곳은 거의 없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CP시장 금리는 사자 위주로 가격이 형성되는데 비해 회사채는 발행자 위주의 가격이 제시되고 있다”며 “이때문에 회사가 제시한 발행 밴드 가격이 적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입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결국 채안펀드가 가동되더라도 회사채 금리가 현재 코로나19 등의 리스크를 반영해 일정 수준 높아질 것이며, 이 과정에서 연기금 등 큰 손들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증권사도 운용사도 회사채 발행이 안 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며 “발행시 주관사는 미매각 물량을 떠안을 위험이 있고, 기존 보유채권을 팔고, 새로 담아야 하는 운용사로선 헐값에 팔고 비싸게 살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형증권사 채권매니저는 “금융당국의 유동성 지원으로 어제부터는 초장기(5년이상) 회사채 유통물에 사자가 나타나고 있다”며 “회사채 발행에 있어 아직까지 일반 수요확보는 쉽지 않은 만큼 당분간 채안펀드가 인수하며 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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