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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코로나19’ 확산 비상]인천공항 화물터미널 인근 ‘대한항공 기내식센터’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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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에 실려 있어야 할 ‘밀 카트’

냉동창고에 처박혀 먼지만 쌓여가”

경향신문

시름만 쌓여간다 2일 인천국제공항 인근 대한항공 기내식 센터 2층 음식물 작업장에 승무원들이 좌석 사이를 밀고 다니며 승객들에게 기내식을 제공하는 데 사용하는 ‘밀 카트’가 잔뜩 놓여 있다. 박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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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국내 항공업계가 고사 위기에 놓였다. 전 세계 항공사가 운항을 대부분 중지하면서 항공사에 기내식을 납품하는 기내식 생산공장도 사실상 멈춰 섰다. 긴급 수혈이 안될 경우 항공산업 붕괴로 이어져 대규모 실업사태가 우려된다.

2일 인천공항 화물터미널 인근 대한항공 기내식 센터에는 평소 같으면 기내식을 운송하느라 분주해야 할 푸드트럭 수십대가 멈춰 있었다. 기내식 센터 관계자는 “푸드트럭 56대 중 10여대만 운행되고 나머지는 두 달째 멈춰 있다”고 말했다.

작년엔 하루 평균 7만1600인분 40개 항공사에 제공

요즘은 2900인분 만드는 데 그쳐 사실상 휴업상태

6개 협력업체 2100명 노동자들, 대량 실업 불안감


기내식 센터 2층 음식물 작업장도 텅 비었다. 조리한 음식물을 담는 작업장은 평상시엔 20열로 24시간 100여명이 교대 근무를 했지만 최근엔 2열에서 10여명이 오전 근무만 한다. 작업장 주변 빈 곳엔 승무원들이 좌석 사이를 밀고 다니면서 기내식을 제공하는 데 사용하는 ‘밀 카트’가 항공기에 실리지 못한 채 가득 쌓여 있었다.

기내식이 든 밀 카트와 각종 식자재 등을 보관하는 1층 출발장 냉동창고는 음식 대신 각종 자재를 보관하는 창고로 변해 있었다. 대한항공 기내식사업본부 관계자는 “여객기에 실려 있어야 할 밀 카트가 냉동창고에 처박혀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면서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돼 밀 카트가 다시 실렸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2001년 문을 이 기내식 센터는 지난해만 해도 하루 평균 7만1600식의 기내식을 40개 항공사에 제공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지난주에는 하루 평균 3700식을 제공했다. 이날은 대한항공과 진에어, 가루다인도네시아 등 3곳에 2900식을 제공해 사실상 휴업 상태다. 이곳을 포함해 국내 4곳의 기내식 업체는 지난해 하루 14만식을 제공했지만 지난주는 6000식으로 코로나19 이전 평균의 4%에 불과했다.

항공사의 경영 위기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협력업체 노동자들이다. 대한항공 기내식 센터에는 6개 협력업체 2100명의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기 운항이 하루 200편에서 12편으로 줄면서 기내식 공급도 줄어 1000명이 넘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무·유급 휴가를 가거나 권고사직, 정리해고에 몰렸다. 식자재 납품업체도 도미노 위기를 맞았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국내 항공업계는 6월까지 국적 항공사의 매출 손실만 6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국제선 여객이 전년에 비해 80% 이상 줄어 저비용항공사는 모든 운항을 멈춘 ‘셧다운’ 상태에 들어갔다. 항공산업 종사자가 25만명에 달해 대규모 실업사태도 우려된다.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이 경쟁력을 잃는 것은 물론 2~3개월 안에 도산할 것이라며 정부에 특단의 지원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 등은 항공산업을 살리기 위해 재정·금융지원에 나섰다. 미국은 항공사와 항공산업과 연계된 협력업체 등에 75조원을 지원하고, 독일은 자국 항공사를 대상으로 무한대 금융지원, 일본도 대출액 상한 없는 융자를 실시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정부는 항공산업이 생존할 수 있도록 과감하고 적극적인 맞춤형 지원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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