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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증시 몰린 2030 개미…'주린이' 노리는 유사투자업체까지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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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활동계좌 11년 만에 최대…고객예탁금도 역대급

삼성전자 매수세 몰리지만…코로나 테마주도 '열기'

커뮤니티엔 '테마주로 수익봤다' 인증글 수두룩

신입개미 노린 유사투자자문업자도 활개…주의필요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평생 주식과 연이 멀었던 회사원 김모씨는 요즘 궁금한 게 많다. 삼성증권을 가야만 삼성전자를 살 수 있는 건지, 하루에 팔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는 건지…. 답답한 마음에 평소 자주 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질문 글을 올려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면박 뿐이다. ‘요즘 초보들이 터무니 없는 질문글을 자주 올리는 탓에 게시판이 더러워진다’는 댓글을 본 김씨는 퇴근하는 길에 서점을 들러 초보를 위한 주식투자 책을 한 권 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초 2200선이었던 코스피지수가 1400선대까지 떨어지자 개미투자자들이 자산증식 기회라며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특이할만한 점은 기존 투자자에 더해 김씨와 같은 신규 투자자까지 대거 가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학개미운동과 더불어 ‘주린이(주식과 어린이를 합친 말로 주식투자 초보자를 뜻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이 중에선 우량주인 삼성전자(005930)를 사모으며 팔 때를 기다리는 이도 많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테마주의 급등락을 보며 기회를 노리는 이도 적지 않다. 한켠에선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이 신입개미들을 노리고 검은 손을 뻗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증시 폭락에 ‘백만 신입개미’ 진입…삼성전자 싹쓸이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3076만 9000개로 전달 대비 86만 1829개나 증가했다. 증가 폭으로 따지면 2009년 4월(247만 8000개)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다. 그동안 거래가 없다가 다시 시작한 사람도 있겠지만, 신규계좌를 통해 거래를 시작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실제 계좌를 개설한 사람 중에 많아야 절반 정도만이 실제 거래로 이어진다. 그러니 활동계좌 증가폭을 통해 단순 계산할 경우 새로 계좌를 튼 이가 100만명에도 이를 수 있다는 얘기다.

주식시장에 들어오려고 기회를 보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달 말 기준 고객예탁금은 43조 829억원이다. 지난 24일 40조원대를 첫 돌파, 이후 줄곧 우상향을 지속하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주식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놓는 예탁금이다. 주식시장 진입 기회를 주시하며 일단 통장에 돈부터 채워놓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났단 증거다.

이렇게 주식시장에 진입한 개인들은 거의 매일 순매수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엔 단 이틀만 제외하고 매일 1000억원대 규모의 순매수를 이어나갔다. 한국에서 처음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지난 1월 20일 이후 이달 2일까지 개인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인 규모만 20조 1590억원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18조 5124억원, 기관이 3조 7865억원 가량을 순매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미 홀로 증시를 떠받침 셈이다. 이에 일각에선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에 개인들이 맞서 싸우고 있다며 ‘동학개미운동’으로 빗대기도 했다.

개인들은 이 기간동안 주로 삼성전자(005930)를 매수했다.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농담 반 진담 반에 납득된 이들이 점잖게 말하면 ‘우량주’ 투자에 나선 셈이다. 실제 1월 20일 이후 이날까지 개인 순매수 1위는 삼성전자로 총 7조 9835억원이나 사들였다.삼성전자우(005935)가 2위로 1조 5681억원어치의 매수세가 쏠렸다. ‘삼성증권이 삼성전자 주식의 공식판매점’이라는 생각을 하는 신입 개미가 적지 않아 삼성증권에 신규 계좌 개설이 쏠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 삼성증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 비대면 계좌개설 신규 고객수가 10만명 넘게 증가했다.

◇ ‘테마주 지금이라도 들어갈까’…신입 개미 노린 유사투자업체도 ‘주의’

코로나19 테마주 투자에 나서는 신입 개미들도 적지 않다. 해당 기간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의 매수세가 제일 많이 몰린 종목은 진단키트 관련주 씨젠(096530)으로 총 3156억원 어치의 매수세를 보였다. 씨젠이 연일 폭등하며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주식 초보인데 씨젠 지금이라도 들어가도 되냐’는 질문이 쏟아지는 형국이다. 몇몇 사람들이 ‘씨젠으로 OO% 수익봤다’는 인증글을 남기면서 이같은 추세엔 더 불이 붙는 모양새다. 뿐만 아니라 수젠텍(253840)에도 468억원의 매수세가 모이며 순매수 9위, 한국알콜(017890)은 375억원의 매수세가 모이며 순매수 16위를 기록했다. 모두 코로나19 관련주로 묶이는 종목들이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우려 섞인 얘기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새로 진입한 개인투자자들이 급등락하는 테마주의 맛을 보고 다시 투자문화가 후진적으로 역행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만약 이들이 테마주 중심으로 매매해 손해를 봤을 경우 학을 떼고 다시는 주식시장에 발을 들이지 않을 수도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멋모르는 신입개미들을 대상으로 마수를 뻗치려는 유사투자자문업자들도 활개를 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들은 투자자에게 전화 혹은 문자로 ‘코로나19 폭락 당시 마스크주를 추천해 많은 투자자들이 1000% 수익을 봤다’는 식으로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에 신고도 되지 않은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이 자신들이 외감법인이다, 변호사가 공증한 수익을 내고있다는 둥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외감법인이나 공증 여부는 사실 투자에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코로나19 이후 유사투자자문업자로부터 당한 피해신고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유사 투자자문업체가 정상 등록업체인지 여부는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FINE)’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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