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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현금부자에겐 줍줍 기회?…코로나에도 초고가 아파트 거래 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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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 초과 고가 아파트, 거래비중 늘고 분양시장에도 수요 몰려

"경기침체로 실물자산 위기감 커지면 초고가 주택 영향 불가피"

뉴스1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모습.©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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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15억원 초과 초고가 아파트의 거래가 꾸준히 이어져 관심을 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값을 낮춘 급매물이 잇따라 나오자, 기회를 엿보던 자산가들이 매물을 거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해 집값 하방압력이 더 강해질 경우 고가 주택시장도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월 서울 지역의 15억원 초과 아파트 거래량은 총 361건(2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전체 서울 아파트 신고 건(8122건)의 4.44% 정도를 차지한다. 통계 집계 기간이 2주 이상 남아 거래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12·16 부동산대책 직전 거래 비중이 10% 전후를 기록했으나, 규제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난 1월 거래 비중이 2.95%(191건)까지 급감했다. 이후 2월 들어서면서 거래량과 거래 비중이 모두 소폭이지만 다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집계가 한창이 3월 통계에서도 15억 초과 아파트 거래 비중은 4%대(4.21%)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12·16 대책에서 초고가 아파트를 서울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보고 강도 높은 규제를 가했다. 특히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투기 대출 수요를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금지했다. 15억원 이상 현금을 가져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아파트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면서 보유세도 대폭 올렸다.

전문가들은 대책 이후 단기 급등했던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오자 이를 눈여겨보던 고액 자산가들이 매물을 사들인 것으로 분석했다. 고액 자산가의 경우 대출과 세금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고가 주택의 희소성과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기 때문에, 시장의 규제 상황과 관계없이 급매물을 중심으로 매입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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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르엘 신반포' 아파트 조감도./자료제공=롯데건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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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반포동 A공인 관계자는 "고점 대비 수억원 낮은 급매물들이 나오면서, 매수 타이밍을 노렸던 일부 고액 자산가들에게는 지금이 예산 계획보다 저렴하게 사들일 수 있는 속칭 '줍줍'(주워 담는다는 의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대표 재건축인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대책 직전 21억5000만원까지 거래된 전용면적 76㎡ 주택형이 2월 18억원대에 계약되는 등 급매물이 일부 팔리면서 1월 3건에 그쳤던 거래량이 2월 11건으로 늘었다.

강남구에선 대책 직전 26억원까지 거래됐던 대치동 한보미도맨션1차 전용 84㎡가 2월 4억원 이상 떨어진 21억8000만원, 22억원에 잇따라 거래 신고됐다. 서초구에서도 대책 전 20억원 이상을 호가하던 서초동 삼풍아파트 전용 79㎡가 2월 18억원에 거래됐다.

분양시장에서도 초고가 아파트 시장에 기대 이상의 수요가 몰려 최근의 위기 사태를 무색하게 했다. 롯데건설이 서초구 잠원동에 분양한 '르엘신반포'는 지난 30일 1순위 청약에서 67가구 모집에 무려 8358명이 몰려 평균 124.7대 1의 기록적인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신반포14차를 재건축하는 이 단지는 평균분양가가 3.3㎡당 4849만원에 책정됐다. 전용면적 84㎡ 이상은 분양가가 15억원이 넘어 중도금대출은 물론 향후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한 잔금 납부도 어렵다. 그런데도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시세보다 현저히 낮게 분양가가 책정돼 시세차익 기대감이 커지면서 현금 부자들이 대거 몰렸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경제침체가 심화하고 주택시장의 하방압력도 커지고 있어, 향후 초고가 주택시장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15억원 이상 아파트를 대출 없이 현금만으로 사들일 수 있는 사람이 많진 않아 거래가 지속되기엔 한계가 있다"며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실물자산도 수년간 하락 조정될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면 초고가 주택 시장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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