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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내 건보료는 '소득급감' 반영 안 됐는데"…복잡해진 재난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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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가구 건보료 24만원 이상이면 100만원 못받아

"어정쩡 지원범위에 불필요한 불만·갈등 아쉽다"

뉴스1

(자료사진) 2020.4.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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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정부는 최대 100만원에 이르는 긴급재난지원금의 대상가구(소득하위 70%)를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건보료 선정기준은 대상가구를 편하게 걸러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 몇달간 소득 급감분은 반영되지 않는 등 문제점도 존재한다.

정부는 소득 급감자의 경우, 지원금 신청 과정에서 관련 소득자료를 증빙하게 하기로 했다.

3일 긴급재난지원금 범정부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인 소득하위 70% 가구를 건보료 본인부담금 기준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선정기준선은 직장가입자(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로만 구성)와 지역가입자(지역가입자로만 구성), 직장·지역이 모두 있는 혼합 가구를 구분해 마련했다.

직장가입자 기준 Δ1인가구 8만8344원 Δ2인가구 15만25원 Δ3인가구 19만 5200원 Δ4인가구 23만7652원 등이다. 지역가입자 기준으론 Δ1인가구 6만3778원 Δ2인가구 14만7928원 Δ3인가구 20만3127원 Δ4인가구 25만4909원 등이다.

이는 우리나라 소득하위 70% 선과 겹치는 것으로 알려진 기준 중위소득 150% 가구의 보험료다. 당초 언론의 예상과 동일한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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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건보료는 작년·재작년 기준인데…"

문제는 대부분 건보료가 작년도 또는 재작년도 소득을 기준으로 부과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정부는 "100인 이상 사업장 직장가입자는 보험료에 전월 소득을 반영하는 등 최신자료를 활용해 대상자를 선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사업장을 제외한 직장가입자 보험료는 작년도 원천징수액을 기초로 매겨지고 있으며, 지역가입자는 재작년도 소득이 기준이다.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생계에 어려움이 커진 국민들을 돕고자 마련됐다. 국내 코로나19 본격 확산은 약 2개월 전 시작됐다.

과거 소득을 기준으로 지원 대상에서 억울하게 탈락한 가구는 신청 과정에서 최신 소득 반영 절차를 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부 관계자는 "최근 급격히 소득이 줄어들었으나 건보료에 그 소득이 반영되지 않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에 대해서는 관련 소득을 증빙해 신청할 경우 최신 소득 상황을 반영해 판단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보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최종 판단은 아직 기다려야…'고액자산가 배제' 추후 발표

또한 정부는 소득하위 70%에 해당되더라도 고액자산가는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자 선정에서 적용 제외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적용 제외 기준은 공적자료 등 추가 검토를 거쳐 추후 마련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대상자를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시 불가피한 혼선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백승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하려고 노력하는 건데, 많은 방법과 자원을 총동원하면 실질 소득상위 30%를 걸러내는 효과는 볼 수는 있겠지만, 해당 30% 선 언저리에 계신 분들은 (입장이) 모호하다. 이렇게 지급 대상에 선을 그음으로써 발생하는 비효율은 절대 없앨 수 없다"고 평가했다.

◇직장-지역가입자 차별?…"형평성 논란 있을 것"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 차별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가입자가 직장가입자보다 불공평하게 높은 수준의 건보료를 부담하고 있다는 지적은 과거부터 수차례 나온 바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장가입자는 부양의무자 소득만으로 보험료가 부과되고 지역가입자는 각 가구원 재산을 개별 산정해 보험료로 매기다 보니, 결과적으로 지역가입자 보험료가 높을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 외 여러 소득이 있을 수 있음에도 반영이 되지 않는다"며 "이런 직장-지역 간 보험료 산정의 문제점은 이전에도 많이 지적이 돼 왔고, 따라서 이번 기준은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공평성을 담보하기엔 역부족이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건보료가 자산과 소득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반영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지, 특히 아슬아슬하게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국민 입장에선 믿지 못하는 측면이 있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백승호 교수도 "(지역가입자 보험료 산정 기준인) 소득평가액은 생계 목적이 아닌 자동차나 집 등의 자산을 소득으로 환산해 산정 기준에 포함하는 것인데, 예컨대 집은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일을 못해 소득이 없는 이들이 집 때문에 건보료 기준에선 배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백 교수는 오로지 소득에 따른 지급 체계가 더욱 효과적이었을 것으로 봤다.

◇"차라리 '모두' 주거나, 아예 힘든 분들께 줬다면…"

전문가들은 아예 취약계층만 핀셋 지원해 재난 구호금으로서 당위성을 극대화하거나, 전 국민에게 지급한 뒤 연말정산 등 조세제도로 사후 조정하는 방법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 교수는 "정부는 이번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계층을 우선 확인하고 타깃해서 소득을 지원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반대로 백 교수는 "기본소득으로 준 것은 어차피 연말정산할 때 소득으로 집어넣게 되고 과세비율과 누진세율에 따라 세금으로 토해내게 된다"며 "(지원금이 필요 없는 계층에 대해서는) 충분히 환수가 가능하다. 재난지원금은 1인당 일제히 지급하는 게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백 교수는 선정기준에서 아쉽게 탈락한 이들이 표출할 불만과, 지원금 대상 문제로 불필요한 사회 갈등이 초래될 것을 우려했다.

그는 "정부는 단순히 대상자를 걸러내기 어렵단 경제적 효율성을 뛰어넘어 사회적 효율성과 정치적 효율성도 들여다 봐야 한다"며 "지금 정부의 방법은 갈등의 정치다. 이번 코로나 사태처럼 다들 힘든 상황에서는 연대의 정치가 필요한데, 당장에 누가 대상이 되느냐를 두고 불만과 갈등이 있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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