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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증권사들 단기자금 부족 심각하다는데...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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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급락 마진콜 수요에다 부동산PF 롤오버 겹쳐

회사채 매수자로 기능 상실..한은 지원 검토 배경

뉴시스


[서울=뉴시스]신항섭 기자 = 한국은행이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 직접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는 이례적인 입장을 밝힌 배경에는 증권사들의 단기자금 부족이 심각하다는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주가 급락에 따른 마진콜, 부동산 PF 등이 증권사 자금을 옥죄면서 회사채 매수자로의 기능은 이미 상실된 상황이다.

특히 은행이 없는 증권사들은 단기 자금 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 한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업어음(CP) 91일 금리는 전날보다 4bp 내린 2.19%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한국은행의 비금융권 대출 방안 검토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날 이주열 한은 총재는 "상황이 악화될 경우,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한은법 제80조에 의거해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증권사에 대한 직접 대출 시사를 의미한다.

앞서 CP금리는 전날에는 2.23%까지 오르며 2015년 3월 이후 약 6년만에 가장 높은 금리를 보였다.

CP금리의 급등은 ELS발 마진콜의 영향이 크다. 증권사들은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발 증거금 납부(마진콜) 요구가 들어오자 증거금 만큼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유한 CP 등 단기채권 물량을 시장에 내다 팔았다.

여기에 부동산PF 관련 유동화증권도 시장 경색에 한몫했다. 증권사들이 부동산 시행사 대출채권에 신용보증을 하고 이에 대한 이자 수익을 받아왔으나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증권사가 전부 떠안는 상황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유동화증권 중 5건이 차환발행에 실패했고, 증권사들이 모두 부담했다.

문제는 4월에 만기가 오는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PF-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의 규모가 10조6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또 증권사들이 보유한 자산을 파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간 증권사들이 투자해왔던 부동산들이 글로벌 경기 하강으로 매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결국 전문가들은 현재 금융시장 경색의 원인이 증권사며, 이를 위해 한은이 구원투수로 나설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마진콜로 인한 현금 부족과 부동산PF 부담까지 밀려오고 있어, 자산은 있지만 팔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이에 대해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의 단기 유동성 부족은 시장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수준으로 보인다"며 "부동산들은 경기 하강으로 팔기도 힘들다. 외부에서 자금 수혈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룹사내 은행이 없는 증권사들의 위험도가 높다는 판단이다. 은행이 있는 증권사들의 경우, 급하면 은행에서 현금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은이 이런 행동에 나선 것은 은행이 없는 증권사들을 살리기 위함으로 보인다"면서 "한은이 돈을 안 주면 해당 증권사들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gseo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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