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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영국 "코로나19 면역증명서 발급 검토"…집단면역론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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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항체 보유자에겐 직장복귀 허용

항체 검사 정확성 떨어져…고의적 감염도 우려

뉴시스

[런던=AP/뉴시스]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병원 밖에서 한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는 의료진 등 지역 영웅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보살피는 이들을 위한 박수'(Clap for Carers) 캠페인에 동참해 냄비를 두드리며 응원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코로나19의 최전선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국민보건서비스(NHS) 소속 의료진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행사로 지난달 26일 영국 전역에서 시작해 이후 매주 목요일에 열리고 있다. 202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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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보리스 존슨 영국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發) 도시 봉쇄를 끝내기 위해 '면역 증명서'를 발급하겠다는 다소 황당한 계획을 내놨다.

가디언에 따르면 맷 핸콕 보건장관은 3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면역 증명서를 발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코로나19에서 완치돼 항체를 보유한 이들에게 확인증을 발급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안했다고 발표했다.

핸콕 장관은 "이는 우리가 해낼 것이고 논의 중인 내용이지만 과학적으로 명확히 하기에는 너무 이르긴 하다"고 부연했다.

가디언은 이를 두고 존슨 행정부가 여전히 인구의 다수가 면역력을 갖추면 코로나19의 확산이 중단된다는 '집단면역(herd immunity)' 논리를 버리지 못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집단면역은 사회 집단 내 코로나19 면역을 가진 사람의 비중을 크게 높여 바이러스 유행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이다. 인구 중 60%가 특정 바이러스에 면역을 얻으면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집단면역을 언급하며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동과 생활을 보장했다. 그러나 사망자가 급증하며 여론이 악화되자 도시를 봉쇄하는 등 적극적인 방역으로 선회한 상태다.

집단면역은 애초에 이론적인 개념일 뿐이라는 지적도 많다. 국민을 상대로 진행하기에는 매우 위험하다는 평가다.

영국 인구 약 6788만명 중 60%가 감염이 됐다고 가정하면 4073만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야 한다. 세계 평균 치명률인 5%로 계산하면 203만명이 사망한 후에야 집단면역이 형성된다.

심지어 영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치명률도 높다. 영국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누적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4244명이 늘어난 3만3718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는 2921명으로 치명률이 8.6%에 달한다. 반면 완치자 수는 192명으로 인근 유럽 국가에 비해서도 상당히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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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AP/뉴시스] 맷 핸콕 보건장관은 3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면역 증명서를 발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완치된 이들에 일종의 확인증을 발급, 직장에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영국 하원에서 발언 중인 핸콕 장관의 모습. 20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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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 검사의 정확도도 문제다. 핸콕 장관은 이날 항체 검사와 관련해 "초기 검사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지난달 중순 보도에 따르면 영국 정부가 실험한 항체 검사 키트 다수가 불량으로 나타났다. 항체가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핸콕 장관은 "후반에 진행한 항체 검사는 보다 희망적이었다"며 정부는 이미 1750만개의 항체 검사 키트를 구매했다고 발표했다.

가디언은 여전히 정부는 언제쯤 항체 검사를 하는 게 안전한지조차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같은 정책이 자칫 감염 경험이 없는 이들의 분노를 야기하고, 심지어 항체를 보유하기위해 고의적으로 바이러스에 자신을 노출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스트 앵글리아대학의 폴 헌터 의대 교수는 "바이러스의 최전방에서 일하는 의료진의 경우 면역 증명서는 (완치자들의) 업무 복귀를 서두를 수 있고, 개인 보호장비 배급 방법에서도 주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시야를 넓히면 곳곳에서 사기 문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헌터 교수는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장에 다시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 면역증명서를 받기 위해 고의로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도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어떻게 피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핸콕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비판도 있을 것이고 어떤 내용은 정당하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며 문제를 시인했다. 그러나 '면역 증명서'의 추진 여부를 놓고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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