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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침 튈까봐’… 코로나19가 바꿔놓은 美공직자 취임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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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떨어져 선서하고 참석자도 최소화…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

세계일보

제임스 맥퍼슨 신임 미국 육군 차관(가운데)이 상관인 라이언 매카시 육군 장관(왼쪽)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선서를 하고 받는 사람이 서로 멀찍이 떨어져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미 육군 홈페이지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보존하고 보호하며 지킬 것을 엄숙히 맹세합니다.”

미국에서 고위 공직자가 취임할 때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선서 일부다. 취임하는 공직자는 자신의 상급자, 또는 고위 법관 앞에서 한 손을 성경책 위에 올려놓은 채 반드시 이렇게 선서를 해야 한다. 가장 높은 대통령부터 연방대법원장과 대법관, 행정부 장차관, 그리고 아래로는 차관보급까지 예외가 없다.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런 선서의 풍경마저 바꿔놓았다.

3일 미 육군 홈페이지엔 최근 육군부 차관으로 임명된 제임스 맥퍼슨 차관의 취임 선서식 사진이 게재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라이언 매카시 육군 차관을 장관으로 승진시키고 한동안 공석이던 육군 차관 자리에 맥퍼슨 후보자를 지명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 상원은 맥퍼슨 육군 차관 인준안을 공식 통과시켰다.

취임 선서식 장면을 보면 선서를 하는 맥퍼슨 차관과 선서식을 주재하는 매카시 장관이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가 대화를 할 때 튀는 침방울(비말)에 의해 주로 감염된다는 점을 감안해 선서자와 선서를 받는 사람의 간격을 상당히 띄워놓은 것이다.

세계일보

2018년 10월 브렛 캐버노 신임 미국 연방대법관(가운데)이 은퇴한 앤소니 케네디 전 대법관(오른쪽)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부인과 두 딸 등 가족들이 바로 곁에서 축하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연합뉴스


통상 선서식에는 취임하는 공직자 본인은 물론 그 배우자, 자녀 등 가족까지 참석해 떠들썩하게 축하하며 한바탕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관행이다. 하지만 맥퍼슨 차관의 선서식에는 취임하는 차관, 의식을 주관하는 장관, 여기에 선서자가 선서를 하는 동안 손을 올려놓는 성경책을 받쳐주는 사람 이렇게 3명만 참석한 채 아주 단촐하게 치러졌다.

일례로 2018년 10월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의 취임 선서식 사진과 비교하면 확실히 대비가 된다. 선서 의식은 은퇴한 앤소니 케네디 전 대법관이 주재했다. 부인과 두 딸이 모두 참석해 선서식을 지켜봤고 특히 부인은 남편이 취임 선서를 하는 동안 직접 성경책을 받쳐주기도 했다. 선서가 끝난 뒤 가족들이 일제히 캐버노 대법관과 포옹하고 축하의 뜻을 전했다.

코로나19로 미군에도 비상이 걸린 가운데 육군부 ‘2인자’의 중책을 맡았기 때문인지 맥퍼슨 차관의 취임 일성도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미 육군의 자세에 맞춰졌다. 그는 육군 장병들을 향해 “자기 자신의 건강을 돌보고 바이러스 확산 억제를 돕는 데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한 극단적 시련에 직면해 조국은 또다시 여러분(육군 장병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바이러스를 무찔러야 한다는 육군의 임무 완수에 있어 장병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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