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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종합] "다 거짓말이었네" 거품회계 공개망신 `중국판 스벅` 루이싱커피…中증권감독위 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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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죠. 우리 꿈은 스타벅스를 따라잡는 겁니다"지난해 1월 중국 루이싱커피 신년발표회 모습. 회사는 4000억원대 부풀리기 회계로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 [출처 = 루이싱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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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타벅스를 따라잡겠다, 이제는 우리가 최고"라면서 혜성같이 등장했던 중국 커피 전문점 루이싱(瑞幸·Luckin)이 믿었던 투자자들을 패닉에 빠트렸다. 우리 돈으로 4000억원에 달하는 부풀리기 회계를 한 사실을 회사 스스로 인정하면서 주가는 80%가까이 추락했다. 거짓 회계인 만큼 사기에 해당한다는 투자자들의 분노가 치솟으면서 거대 집단 소송 제기 가능성도 불거진다. 이런 가운데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뒤늦게 루이싱커피의 사기 혐의와 관련해 뉴욕증시 상장을 도운 글로벌 금융사를 대상으로 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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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소재 루이싱커피 매장 풍경. [사진 출처 =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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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루이싱커피는 미국 뉴욕 증시 개장을 앞두고 '2019년 사업보고서'발표를 통해 회계 부정 사실을 공개했다. 회사 측은 작년 2∼4분기 매출액 규모가 22억 위안(우리 돈 약 3800억원)정도 부풀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회사는 회계 부정 사건 탓에 이날 발표하려던 작년 4분기 실적은 언급하지 않았다.

루이싱커피의 부정 회계와 관련해 3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지난 해 루이싱커피의 기업공개(IPO) 등 증시상장 절차를 주관한 4곳 금융사를 공식 조사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전했다. 다만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루이싱커피의 회계 부정 의혹을 공개적으로 폭로했지만 CSRC는 지난 2일 주가 폭락 사태로 자국 기업이 대대적 망신을 당한 후 3일 IPO관련 공식 조사 의지를 드러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4곳 금융사 중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와 모건스탠리가 우선 CSRC의 비공식 조사를 받았다고 관계자 4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른 주관사 두 곳은 크레딧스위스와 하이통증권이다. 앞서 지난 1월 31일 미국 투자조사 기관인 머디 워터스 리서치는 익명 제보자에게 루이싱커피의 부정 회계 정황을 담은 89쪽짜리 보고서를 입수했다면서 회사가 일일 상품 판매량과 평균 판매가, 광고 지출 등 영업 데이터를 부풀려 계상해왔다고 폭로한 바 있다.

루이싱커피가 앞서 회계 부정을 인정하기 전에 공개한 작년 1∼3분기 매출액은 29억2900만 위안이다. 또 지난해 9월 말 '2019년 3분기 실적 발표'때 4분기 매출액이 21∼22억 위안일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이렇게 하면 애초에 회계 부정 인정 전 회사가 추정한 작년 1~4분기 실적은 통틀어 총 50억2900만~51억2900만 위안인데 2일 회계 부정을 인정하며 밝힌 부풀리기 액수가 22억 위안이라는 점까지만 감안하면 애초 추정 실적의 40%이상이 가짜라는 의미다.

작년 손실 규모는 아직 알 수 없다. 회계 부정 여파로 지난해 밝힌 1∼3분기 실적부터가 모두 무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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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부정 회계업체' 루이싱커피 주가가 76%가까이 폭락했고 중국 내에서 경쟁을 벌인 글로벌 1위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주가는 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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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2일 뉴욕 증시 개장 전 거래에서 루이싱커피 주가는 85% 폭락했고, 본 거래에서는 직전 거래일 대비 75.57% 수직 낙하했다. 하룻 사이 루이싱커피 주식 49억7000만 달러(우리 돈 약 6조 1000억원)어치가 시장에서 증발했다. 거래 마감 가격을 기준으로 루이싱커피 주가는 1일 26.20달러이던 것이 2일에는 6.40달러로 떨어졌다. 주가가 정점에 달하던 1월 17일(50.01달러)에 비하면 87%나 추락했다.

루이싱커피 투자자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중국에서는 '중국판 엔론 사건'이라는 말도 나온다. 루이싱커피 임원진이 실제로는 집행하지 않은 광고비와 운영비 등 거액 자금을 외부로 빼돌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회사 측이 "류젠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일부 직원들이 가짜 거래를 만들어 매출을 부풀린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음에도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는 의심이 나온다. 루이싱커피는 독립 이사를 포함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현재 진상 조사를 진행 중이며 류젠 등 문제 임직원들을 해고했고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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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루이싱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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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싱커피는 '세상에서 가장 빨리 뉴욕 증시에 상장한 스타트업'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눈길을 한 데 모으며 화려하게 등극했지만 이제는 몰락 위기에 놓였다. 지난 2017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출발한 이 회사는 작년 5월 뉴욕 증시 나스닥에 상장해 돌풍을 일으켰다.

루이싱커피는 글로벌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 중국 안팎에서 대형 투자를 유치한 후 자금을 쏟아부어 신규 직영 점포를 늘렸다. 회사는 지난해 9 월 말 3680개의 매장을 보유했는데 이는 2018년 6월 대비 6배가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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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풀리기 회계로 투자자들을 배신한 루이싱커피. [사진 출처 =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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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싱커피는 현금 거래 대신 전용 지불수단을 끌어들이고 배달 서비스를 본격 도입하면서 스타벅스를 긴장시켰다. "스타벅스보다 비싼 원두를 쓰는 대신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다"면서 마케팅용으로 '공짜·할인 쿠폰'을 뿌려대 중국 내 매장 수를 스타벅스 못지 않게 키웠다. 그 결과 지난 2018년 루이싱커피는 9000만 잔 커피를 팔고 16억1900만 위안(우리 돈 약 2800억원) 손실을 기록해 커피 한 잔 당 평균 18위안(우리 돈 3100원) 손해를 보기도 했다.

대형 회계 부정 사건으로 회사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경제 매체 신랑재경은 루이싱커피가 미국에서 투자자 집단 손해배상소송에 휘말리면서 결국 파산의 길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전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에 대한 기대감을 접어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현실화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공격적 경영과 몸집 부풀리기, 중국 보조금을 등에 업고 일단 '신화'는 만들어내지만 결국은 거품이 꺼진다는 사례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증시에는 바이두와 알리바바, 징둥닷컴, 핀둬둬 등이 상장돼 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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