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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두 남자가 대만을 코로나에서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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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방역은 세계적인 모범 사례다. 코로나 확진·사망 통계 등을 믿기 어려운 국가들을 제외하면 대만의 성적표는 단연 돋보인다. 현재 감염자가 339명이다(4월 3일 기준). 사망자는 5명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대만의 1등 방역은 존스홉킨스대 공중보건대학원 방역학 박사인 천젠런(陳建仁) 부총통과 타이베이의대를 졸업한 치과의사 출신 천스중(陳時中)위생복리부 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이 지휘했다. 두 전문가가 대만을 코로나로부터 지켜내고 있다.

우리 정부가 코로나 방역 모범국이라고 자부하지만, 코로나 사태 진원지인 중국과 국경선을 맞닿고 있거나 대만 등 인접국으로 볼 수 있는 국가들과 비교하면 낯 뜨거운 일이다. 특히, 대만과 비교하면 그렇다. 대만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확진자(1만62명)는 30배나 되고, 사망자(177명)는 35배에 달한다.

중국과 대만 간 항공 노선은 한 달에 5700여회에 달했다. 대만과 중국 대륙의 거리는 130㎞에 불과하다. 대만 인구 2300만명 중 85만명이 중국 본토에 살고 있고, 중국 내 대만인 일자리가 400만개에 달했다. 대만은 중국의 견제로 세계보건기구(WHO) 회원국 지위도 얻지 못했다. 중국은 2016년 WHO에 압력을 넣어 대만의 ‘옵서버 자격’마저 잃게 만들었다. 전 세계 방역학 본산인 미국 존스홉킨스대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 감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가장 위태로운 나라로 이런 처지에 놓인 대만을 꼽았었다. 그리고 두 달여가 지났지만, 대만은 확진자, 사망자, 마스크 수급 등 거의 모든 면에서 한국보다 나은 상태다.

◇방역학 박사 출신 부총통이 지휘했다

코로나 사태가 벌어진 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옆에서 미디어 브리핑을 주도한 천젠런 부총통은 존스홉킨스대 공중보건대학원 방역학 박사다. 그는 2002년 사스(SARS) 사태 때 위생복리부 부장(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고, 이후 방역 대책을 설계했다.

대만은 37명이 희생된 사스 사태를 겪고 나서 감염병 단계별로 124개 행동 지침을 세우고, 매년 보완해 왔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 국민건강보험과 환자의 해외여행 이력 정보를 통합했다. 의료기관이 감염병 의심 환자가 왔을 때, 실시간으로 감염 위험 지역 여행 여부를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조기 발견, 조기 격리가 가능했다. 한국은 코로나 첫 확진자 발생 20일이 지나고 나서 코로나 2차 감염 발생 8개국의 해외여행 이력을 의료기관이 조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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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젠런 대만 부총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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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다니는 의사 출신 보건복지부장관

천스중 위생복리부 부장의 역할도 컸다. 그는 건강보험위원회와 타이베이시(市) 의사회 고문으로 활동한 의사 출신이다. 그는 타이베이의대를 졸업한 치과 의사 출신이다. 2017년 2월 취임해 역대 최장 위생복리부장 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는 방역 사령탑의 역할을 하고 있다. ‘중앙전염병지휘센터 지휘관’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다. 그는 ‘지휘관’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다닌다. 강행군을 하고 있어 ‘철인(鐵人)부장’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다.

반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회복지학 교수 출신이다. 방역 전문가가 있어야 할 자리에 국민연금 전문가가 앉아있다. 박 장관은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었다"고 하는 등 수차례 구설에 올랐다.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감염병 관리 최고 상태인 심각 단계에서도 국무회의에 정식 자격으로 첨석하지 못하고 있다. 차관급이기 때문이다. 안건 보고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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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스중 대만 위생복리부 부장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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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글자 그대로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대만은 지난 2월 6일 중국발 입국 전면 금지 조치를 내렸다. 대만 입국 전 14일 이내 중국 본토를 비롯 특별행정구(SAR)인 홍콩, 마카오를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시켰다. 홍콩, 마카오을 방문한 사람 중 대만 거류증을 소지한 사람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입국이 허용됐다.

중국 수출이 전체의 30%를 차지하는 대만으로서는 경제 희생을 감수한 과감한 조치였다. 그 이전에도 진원지 후베이성에서 오는 입국자를 2주간 자가 격리시켰다. 반면 우리 정부는 2월 4일 중국 후베이성 입국자만 막았다. 당시 중국 내 신규 확진자가 후베이성 밖에서도 30% 이상 속출할 때였다. 확진자가 1000명 이상이던 광둥성, 지난 등 5개 지역조차 막지 않았다. 입국 금지 범위를 확대하라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감염학회의 권고는 무시됐다.

입국금지는 감염병 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확산 추세를 늦춰 대규모 감염 사태를 대비할 시간을 벌어준다. WHO가 감염병 사태 시 국경 차단을 권장하지 않는 이유는 방역과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아프리카나 저개발 국가가 국경 폐쇄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인데, 한국 정부는 이를 잘못 받아들였다고 의사협회는 지적한다.

우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할 때 대만은 우한에 바이러스 전문가를 파견해 조사를 벌였다. 사스 때 중국 정부 정보만 믿다 낭패를 당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였다. 한국 정부는 중국이 공개하는 자료와 외신에 의존했다.

대만은 중국이 우한을 봉쇄하자마자 1월 24일 의료용 마스크(N95) 수출을 금지시켰다. 현재 대만은 N95마스크 1000만장을 미국과 유럽에 지원하는 여유가 생겼다. 한국 정부는 한 달이 지난 2월 26일에서야 마스크 수출을 제한했다. 이미 대구·경북서 확진자 쏟아져 나올 때였다. 전병률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국가 방역을 전문가가 주도하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대만과 한국의 차이”라며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처절한 평가와 분석으로 전문가 주도형 방역 시스템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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