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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아무튼, 주말] 병원에 당신 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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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魚友야담]

조선일보

어수웅·주말뉴스부장


지난 주말 양재천. '집콕'을 실천하던 선배 부부가 서초와 강남을 가로지르는 이 천변을 오랜만에 걸었답니다. 하지만 바로 후회. 코로나에서 나름 자유로운 야외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았던 거죠. 그 와중에 마스크도 쓰지 않고 영어로 대화를 주고받던 젊은 친구들이 있었답니다. 귀국한 '강남 유학생'인가. 마뜩잖은 걸 참고 걷는데, 참지 않은 어른이 있었나 보죠. "아니 자가 격리를 하고 있어야지, 이렇게 밖에 나오면 어떡합니까!" 놀란 그 친구들은 우리말로 '우리 확진자 아니에요'라며,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는군요.

인류에겐 봄이 아니 왔지만, 자연은 지금 봄의 절정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는 여전히 시급한 상황. 꽃놀이에 몰리는 사람들을 보다 못한 응급실 간호사의 거친 트윗을 읽었습니다.

"꽃놀이 갔다가 불특정 다수랑 접촉해서 코로나 걸린 사람들이 대거 응급실로 이송되면, 맹장 터져서, 혹은 담낭염, 뇌경색, 혹은 천식으로 응급실 갔을 때 코로나 환자 땜에 치료 못 받아서 그냥 죽는 거야. ㅋㅋㅋ 코로나만 안 걸리면 땡일 것 같지? 병원에 니 자리가 없는데."

그는 지금 날씨 좋다고 꽃놀이 가는 건 음주운전 하는 거랑 다른 게 없다고 꾸짖더군요. 게다가 문제는 또 있죠. 의료진이 탈진한 상황이라는 것. 뇌경색, 심근경색 환자들이 치료받고 싶어도 응급실은 코로나 환자로 이미 만원이고, 담당 의료진도 코로나로 나가떨어진 상태이니.

'아무튼, 주말'은 4월 첫째 주도 코로나 시대의 풍경을 전합니다. 본의 아닌 재택근무를 경험한 6명의 기자가 자신의 집을 커버스토리에서 '간증'하고, 외출 자제와 활동량 감소 등으로 '확찐자'가 된 한국인의 통계를 안쪽에서 살펴봅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죠. 스마트폰 만보기 통계 등을 보면, 실제로 운동시간이 급감했더군요.

'집콕생활'만이 능사는 아니겠죠. 하지만 문제는 늘 그렇듯 균형. 이런 비유를 봤습니다. 수련회 가서 팔 벌려 뛰기 할 때 마지막 구호 외치지 말라는데, 자꾸 어디선가 마지막 구호 외치는 바람에 다 끝났다가 다시 하고, 다 끝났다가 다시 하고, 그런 느낌이라고. 코로나는 한 번으로 끝날 감염병이 아닙니다. 당신이 그 마지막 구호 외치는 사람은 되지 마시기를.

[어수웅·주말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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