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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책의 향기]파리의 어느 노숙인, 거리에서 삶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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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살아내겠습니다/크리스티앙 파쥬 지음·지연리 옮김/284쪽·1만4800원·김영사

동아일보

“옷에 얼룩이 묻으면 처음에는 모두가 동요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무감각해지고, 한번 더러워지기 시작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프랑스 엘리제궁과 샹그릴라 호텔 사이에 있던 고급 레스토랑에서 소믈리에로 일하던 남자. 아내와 아들이 떠난 날부터 그의 인생은 걷잡을 수 없이 수렁으로 빠져든다. 정신을 차려 보니 그는 ‘관타나모’라는 별명으로 악명 높은 파리 노숙인 보호시설로 내몰려 있었다.

파리 뒷골목의 노숙인 생활은 옷에 묻은 얼룩처럼 저자의 영혼을 서서히 파괴했지만 그는 얼룩이 그를 집어삼키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트위터로 세상과, 이웃과 소통하며 냉정하지만 다정한 거리에서 희망과 연대를 발견한다. 거리에서 세 번의 겨울을 겪으며 마침내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에세이로 담아냈다. 우리가 투명인간처럼 바라봤던 거리의 삶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프랑스인 특유의 유머와 함께 어우러졌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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