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기자의 시각] '윤석열 최측근'의 일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박국희 사회부 기자


MBC가 채널A 법조팀 기자와의 유착 의혹을 제기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윤석열 최측근'으로 오른 모 검사장을 개인적으로는 모른다. 출입처가 겹쳐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의 '명성'은 익히 들었다. 문재인 정권의 적폐 청산 수사가 한창일 때까지만 해도 검찰 주요 보직에서 승승장구하던 그 검사장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다 기삿거리를 하나씩 받아간다는 우스갯소리였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들은 해당 검사장의 휴대전화 기록만 공개하면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오히려 엉뚱한 진실에 직면해야 할지도 모른다. MBC는 물론 채널A 기자를 '검(檢)·언(言) 유착' 장본인으로 날서게 비판하는 상당수 언론사 역시 지난 '국정 농단' '사법 농단' 수사에서 그 검사장을 취재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관련 수많은 기사를 썼다는 얘기는 법조계에서 뉴스도 아니다. 정말 해당 검사장의 휴대전화에서 현 정권에 적대적인 보수 언론 기자들의 통화 기록만 나올 것이라고 순진하게 믿는 것일까.

채널A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개인적으로 한 번 쳤으면 좋겠다"며 형량 감경, 여론 환기, 검찰 선처 등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검찰과 한 팀인 것처럼 취재원을 압박한 편지를 읽어보고 솔직히 실소가 나왔다. 상당수 법조 기자 역시 황당무계한 편지 내용에 고개를 저었을 것이다. 그런데 조금만 돌아보면 이와 비슷한 사례는 많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내 정경심씨의 자산관리인 김모씨는 지난달 방통위에 의견서를 내고 KBS가 자신에게 인터뷰를 제안하며 검찰과의 관계를 들어 압박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김씨는 "본인(KBS 법조팀장)과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본인이 3차장 검사와 매우 친하니 네가 인터뷰하면 그 사람이 선처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고 주장했다. 여권 인사들 말대로라면 KBS 기자도 모종의 정치적 음모를 검찰과 기획한 것 아닐까.

MBC 보도 뒤 대구지검의 한 여검사는 페이스북에 "저 또한 얼마 전 대검찰청과의 친분을 내세우는 한 기자님이 난데없이 사무실로 전화해 지금 대검에서 감찰 중이니까 알아서 처신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들었다"며 경향신문 법조팀 기자와 나눈 통화 녹취록을 올렸다. 경향신문 기자의 휴대전화 기록도 뒤져 검사장과의 통화 내역을 봐야 하지 않을까.

채널A 기자의 취재 방식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검언 유착 의혹을 MBC에 제보한 '제보자X'가 열린민주당 지지자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증오하는 사기·횡령 전과자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채널A 기자의 편지를 놓고 마치 정권 붕괴의 비밀공작 계획서를 발견한 것처럼 윤석열 검찰총장을 밀어붙이고 있는 여권 인사들에게 묻고 싶다. 한쪽 눈을 일부러 가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박국희 사회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