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사설] 美 두 주 만에 1000만 실업, 우린 어떤 대책 준비하고 있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의 3월 넷째 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이 665만건에 달했다. 그 전 주 328만건을 합치면 2주일 사이 10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주간 최고 기록이 66만건이었던 것보다 무려 10배 빠른 속도로 실업자가 쏟아지는 셈이다. 최근 2주 새 프랑스에서도 400만명이 새로 실업수당을 청구했고, 영국 100만명, 스페인 80만명이 해고를 당했다. 코로나발(發) 실업대란이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우리 상황도 예사롭지 않다. 기업이 근로자 해고 대신 휴업·휴직을 선택할 경우 정부가 인건비 일부를 보조해 주는 고용유지 지원금 신청이 폭증하고 있다. 신청 건수가 3만6000건을 넘어 매일 3000건씩 새로 접수된다. 작년 한 해의 총 신청 건수 1514건보다 2배 많은 신청이 하루에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이미 항공·여행업계에선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본격화될 실업 대란에 대비해 각국 정부는 발 빠르게 정책적 안전망을 깔고 있다. 미국 정부는 실업수당을 일주일 400달러에서 1000달러로 올리고, 관련 예산 2500억달러를 배정했다. 실직해도 생계유지에 충분한 월 4000달러 이상을 받을 수 있게 미리 방화벽을 세운 것이다. 독일에선 고용 유지를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기업에 대해 정부가 임금 감소분을 메워주고 사회보험료도 면제해주기로 했다. 호주 정부는 일자리를 잃은 600만명의 생계 지원에 한국 돈으로 약 10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우리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고용유지 지원금 예산을 5000억원으로 늘린 정도가 고작이다. 경제 규모가 우리의 87%인 호주도 100조원을 쓰겠다는데 이 정도로는 턱도 없다. 그나마 지원 대상을 여행·학원·도소매·해운·병원 등으로 한정해 다른 업종은 속수무책이다. 서민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를 잃는 것보다 더 큰 충격은 없다. '재난기본소득' 같은 선심성 현금 뿌리기로 세금을 소모하지 말고 실업 대책에 쓸 재정 실탄을 충분하게 마련해둬야 한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