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상황도 예사롭지 않다. 기업이 근로자 해고 대신 휴업·휴직을 선택할 경우 정부가 인건비 일부를 보조해 주는 고용유지 지원금 신청이 폭증하고 있다. 신청 건수가 3만6000건을 넘어 매일 3000건씩 새로 접수된다. 작년 한 해의 총 신청 건수 1514건보다 2배 많은 신청이 하루에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이미 항공·여행업계에선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본격화될 실업 대란에 대비해 각국 정부는 발 빠르게 정책적 안전망을 깔고 있다. 미국 정부는 실업수당을 일주일 400달러에서 1000달러로 올리고, 관련 예산 2500억달러를 배정했다. 실직해도 생계유지에 충분한 월 4000달러 이상을 받을 수 있게 미리 방화벽을 세운 것이다. 독일에선 고용 유지를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기업에 대해 정부가 임금 감소분을 메워주고 사회보험료도 면제해주기로 했다. 호주 정부는 일자리를 잃은 600만명의 생계 지원에 한국 돈으로 약 10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우리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고용유지 지원금 예산을 5000억원으로 늘린 정도가 고작이다. 경제 규모가 우리의 87%인 호주도 100조원을 쓰겠다는데 이 정도로는 턱도 없다. 그나마 지원 대상을 여행·학원·도소매·해운·병원 등으로 한정해 다른 업종은 속수무책이다. 서민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를 잃는 것보다 더 큰 충격은 없다. '재난기본소득' 같은 선심성 현금 뿌리기로 세금을 소모하지 말고 실업 대책에 쓸 재정 실탄을 충분하게 마련해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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