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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설] 대통령 4·3 추념사 속 "먼저 꾼 꿈"이 던지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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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제주 4·3 사건 72주년 추념식에 참석해 "원점으로 돌아가 그 학살의 현장에서 무엇이 날조되고, 무엇이 우리에게 굴레를 씌우고, 무엇이 제주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누구보다 먼저 꿈을 꾸었다는 이유로 제주는 처참한 죽음과 마주했고, 통일 정부 수립이라는 간절한 요구는 이념의 덫으로 돌아와 우리를 분열시켰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4·3 70주년 추념식에도 참석해 사과를 했다.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 제주 추념식 행사에 두 번 참석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4·3 사건은 남로당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반대해서 일으킨 무장 폭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민간인 희생자가 다수 발생한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다. 군경의 반란 진압 과정이 지나쳐 억울하게 희생된 민간인에 대해서는 국가가 마땅히 위로·사과·보상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 대상에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폭동을 일으킨 남로당과 그 배후인 북한까지 포함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먼저 꿈을 꾼 사람들'이라며 정부 수립에 반대한 무장 폭동 자체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말한 '꿈'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문 대통령은 이날 "교과서에 4·3이 '국가 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임을 명시하고, 진압 과정에서 국가의 폭력적 수단이 동원됐음을 기술하고 있다"며 "뜻깊다"고도 했다. 자유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한 이승만 정권의 '국가 폭력'을 강조하면서 정작 남로당과 북한 책임은 거론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 추모 행사와 현충일 기념사에서도 책임 주체인 '북한'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대한민국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로 보는 역사 인식 연장선에 있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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