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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명칭만 '긴급지원금'…정치권은 긴급하지도 절실하지도 않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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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편집자주] 색다른 시각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같은생각 다른느낌]지급대상자 범위 놓고 논쟁만 거듭, 정책 신속성은 상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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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청와대와 정부는 제3차 비상경제회의를 열어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약 1400만 가구에 총 9조1000억원이 소요되며 정부와 지방정부가 8대 2비율로 분담하고 2차 추경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지급 방식은 지자체가 활용 중인 지역상품권이나 전자화폐 등으로 현금은 배제됐다.

그동안 정부는 재난지원금 지출에 부정적이었다. 지난달 10일 홍남기 부총리는 국회에서 "재정당국 입장에서 재난기본소득 제도 도입에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소득 하위 50% 가구, 4인 가구당 100만원으로 의견을 수정했고 이번에 좀 더 지원 대상을 확대했지만 여전히 재정부채 40%에 매달린 사고방식에서 못 벗어났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재난지원금 필요성에 대해서 동의하면서도 지원금의 규모나 대상 선정에 이견이 많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소득 하위 70% 가구에 4인 가구 100만원은 재정 여건을 감안하고 재정 여력을 비축하려는 현실적 고려라고 설명하면서도 아쉽다”는 견해를 밝혔다. 여당은 소득하위 70~80%에 1인당 50만원으로 의견을 제시했었다. 4인 가구면 200만원에 해당한다.

주진형 열린민주당 정책공약단장은 1일 정책의 완결성보다는 신속성이 중요하다며 “18세 이상 개인에게 모두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통합당은 애초부터 넓은 범위보다는 차등적이고 실효적인 지원을 주장했으나 이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황교안 대표는 "모든 사람에게 다 주는 것은 검토가 필요하다"며 "필요한 사람에게 충분히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도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꼭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세금을 투입하는 핀셋 정책”을 지지했다.

유승민 의원은 "복지제도 기초생활수급대상이 있고 그 위에 차상위가 있듯이 제일 절실한 사람한테 더 많이 주도록 계단식으로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MBC 100분 토론에 패널로 출연한 이혜훈 의원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어려우면서 숨이 넘어가는 사람에 집중해 지원해야 한다”며 선별복지를 주장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예산 512조원의 20%를 용도 전환해 100조원의 재원을 확보하고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소득과 근로자의 임금을 우선 보전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지원금은 전형적인 매표용 정책"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만일 줘야 한다면 편 가르지 말고 다 주는 편이 낫다"고 그동안 당의 의견과는 다소 다른 견해를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현금 10만원, 현물 15만원으로 구성된 월 25만원의 재난급여를 4개월간 총 100만원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안 대표는 2750만명을 대상으로 27조원의 소요예산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전 국민에게 지원금 10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미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가 같은 내용의 주장을 한 바 있다. 소요예산은 50조원이다.

지난달 31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알릴레오 유튜브 방송을 통해 "경제난국을 타개하려면 이번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은 너무 적다"며 "1인당 100만원씩 모든 국민에게 다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긴급재난지원금 범위와 금액을 늘린다고 일회성 지원금으로 금방 경기가 되살아난다고 장담할 순 없다. 하지만 지금은 평상적인 경기하락이나 경기순환 사이클이 아니다. 이전과는 차별화된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직접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최악의 경기침체에는 적은 금액도 가계에는 큰 도움이 되고 개개인의 소비지출이 늘어나면 경기회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각국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GDP 대비 10~30% 가량의 돈을 쏟아 붓고 국민들에게 직접 현금지급을 하겠다고 나섰다. 홍콩, 마카오는 전 국민 동일금액을 지급했으며 싱가폴은 차등지급했다. 미국과 호주는 일부 고소득층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민을 대상으로 현금을 지급한다. 지원 방법에 차이는 있지만 모두 신속한 지급을 추진하고 있는 게 공통점이다.

꼭 필요한 일이라면 망설임조차 나태이고 사치다. 아직도 재정부채비율 40%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것은 복지부동이나 다름없다. 지금 아니면 언제 쓰려고 재정을 비축한단 말인가.

명칭은 ‘긴급재난지원금’인데 정작 긴급하지도 절실하지도 않다. 여론에 쫓겨 한 듯 소득 하위 50%에서 70% 가구로 모호하게 대상자를 넓혀 논란거리만 던져줬다. 돈 풀고 욕 먹기 딱 좋다. 전 국민 또는 일부 고소득층을 제외한 대부분으로 대상자를 확대하고 금액도 상향조정해야 한다. 지금은 가장 빠르고 단순하며 직접적인 효과를 가져올 대책이 절실하다.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zest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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