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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기자수첩] 文대통령에게 쏟아지는 러브콜과 여의도 벚꽃 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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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우한 코로나(코로나19) 사태 이후 굽었던 청와대 참모들의 어깨가 최근 쫙 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른바 '코로나 정상 통화' 덕분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을 시작으로 3일 베트남 응우옌 쑤언 푹 총리까지 모두 16국 정상과 코로나 관련 전화 통화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지난달 24일 통화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지난달 13일),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지난달 20일),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지난달 26일), 아비 아흐메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지난달 30일)와도 각각 통화했다.

청와대가 전한 문 대통령과 각국 정상들의 통화 내용은 비슷했다. 각국 정상들이 한국의 우한 코로나 대응을 '모범'이라고 평가하고 한국의 방역 비결이나 물품을 요청하면 문 대통령이 이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하는 식이다. 에티오피아 총리는 "아프리카에 문 대통령이 갖고 있는 경험과 글로벌 리더십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청와대는 "전 대륙에 걸친 정상 외교"라고 자평했다.

청와대는 G7 국가인 프랑스와 캐나다 정상들도 먼저 통화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문 대통령과 통화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고 기다리고 있는 나라들이 더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이들 들과 적극적으로 전화 통화를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한다. 청와대는 작년까지만 해도 정상 통화 후 '어느 나라가 먼저 통화를 요청했냐'고 기자들이 물으면 "외교 관계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답하곤 했다. 청와대에선 정상 통화가 우한 코로나로 상처 입은 국민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며 자긍심을 높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각국 정상들이 문 대통령에게 한 미사여구는 자국에 필요한 방역 물품과 정보를 얻기 위한 외교적 수사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역 물품을 요청하자 문 대통령이 했다는 "국내 여유분이 있으면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답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하는 정상 통화 내용을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우리나라에서 우한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 것처럼 들린다.

우한 코로나와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우한 코로나 국내 확진자 숫자는 3일 1만 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는 177명에 이른다. 매일 100명 안팎의 확진자가 추가되고 있다. 유럽·미국 등 해외에서 들어오는 확진자는 꾸준히 늘고 있고, 교회와 병원·요양원을 중심으로 한 국내 집단 감염도 이어지고 있다. 초·중·고교는 한 달 넘게 개학을 미루고 있다. 다음 주 고3·중3만 겨우 '온라인 개학'을 한다. 어린이 집은 언제 다시 정상 운영될 지 모른다. 경제적 피해는 가늠조차 안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확산이 멈춘 뒤에야 비로소 경제 회복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청와대 브리핑을 접한 네티즌들은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괜찮은 나라" "대한민국의 위상을 만천하에 알리는 업적"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번 주말, 벚꽃이 핀 서울 여의도공원에 수만명의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코로나 정상 통화' 브리핑이 국민들에게 잘못된 신호는 주지 않았으면 한다. 감염병 방역 전선에 '여유'가 있을 리 없지 않나.

박정엽 기자(parkjeongyeo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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