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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전문기자칼럼] 우려되는 세계 식량 대란... 한국도 미리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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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세상이 난리통이다. 세계적으로 100만명 이상이 감염됐고, 사망자도 5만명을 넘어섰다. 한국도 3일 기준으로 감염자가 1만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175명에 달한다.

질병의 심각성을 인식한 세계 각국은 국경을 걸어 잠그고, 도시를 폐쇄했다. 그 결과 산업 시설은 멈춰 섰고, 실업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경기침체를 우려해 막대한 재정을 풀어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아직 백신이나 치료약이 발견되지 않아 언제쯤 진정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행히 한국은 예외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한 세계 각국에서는 생필품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다. 마스크·손세정제 등 보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물건 뿐만 아니라 잘못된 정보로 휴지까지도 동이 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식량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식량 사재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물류망 붕괴 등으로 이 달이나 다음 달 식량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설상가상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휩쓴 메뚜기 떼 습격도 글로벌 식량 시장에 대한 또 다른 위협 요인으로 부상했다.

우려대로 이미 식량 수출을 금지하는 나라도 나왔다. 연간 50만 톤(t)의 쌀을 수출해 온 캄보디아는 5일부터 쌀과 벼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이미 지난달 25일부터 쌀 수출을 중단했다. 연간 650만톤을 수출하는 베트남의 쌀 수출 금지가 계속되면 전 세계 쌀 공급량이 10% 이상 줄게 된다. 태국도 4월 30일까지 계란 수출을 금지했다.

우려가 커지자 쌀 수입이 많은 필리핀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은 앞다퉈 식량 비축에 나서고 있다.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도 쌀 등 식량 가격 인상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중국에서 이미 쌀과 기름 등을 사재기하는 현상까지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미국에서도 신선식품 대신 파스타면·쌀·고기통조림·귀리우유·콩 등 상온에서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농식품 수요가 급증했다.

문제는 식량 사재기와 수출금지가 향후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나 격리 조치가 시행되면 농업분야의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물류 상황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농업생산이 감소하고 공급이 원할하게 이뤄지지 않아 공황에 가까운 사재기가 일어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돼지고기와 닭고기 등 육류 해체 작업을 주로 담당하던 멕시코 등 중남미 노동자들이 자국으로 돌아가거나 공장 출근을 회피하면서 육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농업 노동력이 고령화한 한국도 이런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은 2018년 기준으로 농가 경영주의 평균 연령이 68세일 정도로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부족한 농촌 노동력을 기계와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신했지만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력 확보가 쉽지 않아 농촌의 인력난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농식품 생산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인간이 없기 때문에 농식품은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인간의 역사에서 음식을 구하지 못해 사라진 국가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농업이 ‘만년 산업’이고, ‘인류가 존재하는 한 지속되는 가장 유망한 산업’으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마스크는 부족하지만 다행히 아직 농식품에 대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비축된 식량도 부족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난이 닥칠 때마다 똘똘 뭉쳐 이겨내는 한국인 특유의 민족성까지 더해진 덕이다.

이번 코로나19는 만만한 녀석이 아니다. 장기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불안해 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불안 심리는 사재기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고 사재기가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정부는 농식품 생산과 유통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없다는 점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 그래야 사재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생존과 직결되는 농식품 생산과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한국이 그동안 이룩해 놓은 눈부신 발전은 순식간에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지환 농업전문기자(daeba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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