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휴원 권고에도 영어유치원 속속 개원…학부모 "보내야 하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연합뉴스

유치원·초중고 개학 연기(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유치원과 어린이집 개원을 무기한 연기했지만, 영어유치원이 다시 문을 열고 있어 집단감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4일 학원업계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영어 과목을 가르치는 영어유치원 227곳이 등록돼 있다.

이달 9일 학교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이들 영어유치원 중 다수는 6일부터 대면수업을 시작한다. 이미 문을 연 곳도 일부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영어유치원 개원일을 일일이 파악하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최근 영어유치원이 다시 문을 열고 있으며 학교 온라인 개학에 맞춰 월요일인 6일 문을 여는 곳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어유치원은 유치원으로 불리긴 하지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영어 과목을 운영하는 학원 시설로 관리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최근 유치원 개원을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무기한 연장했지만, 영어유치원은 의무 휴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교육 당국도 영어유치원에 대해서는 일반 보습 학원처럼 휴원을 권고할 뿐 강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영어유치원은 사실상 유치원처럼 5시간 이상씩 장시간 운영될 뿐 아니라 밀폐된 공간에서 어린이들이 활동해 코로나19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일부 학부모는 개원 후에도 영어유치원에 자녀를 보내기를 원하지 않고 있다.

상당수 영어유치원은 아이들이 등원하지 않더라도 원비는 다 내야 한다고 학부모들에게 고지하고 있다. 만약 개원 이후에도 아이를 보내지 않거나 일시적으로 등록을 중단하면 등록 대기 중인 다른 어린이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면서 사실상 등원을 압박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영어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한 학부모는 "영어유치원이 4월 6일 다시 문을 연다는 데 아직은 코로나19로 불안하다"면서 "하지만 아이를 보내지 않으면 월 150만원이 넘는 유치원비를 내고도 결석 처리된다. 이를 받아들 수 없다면 그만둘 수밖에 없어 결정 내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영어유치원 측은 "강남에는 공부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가 많아서 휴원 중일 때 빨리 개원해달라는 주문이 오히려 더 많았다"면서 "게다가 휴원 장기화로 운영난을 겪고 있어서 문을 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영어유치원 개원에 반대하는 청원이 올라와 수천 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자는 "영어유치원에서는 좁은 교실에서 10∼15명 이상 아이들이 밀접 접촉을 하며 하루에 5시간 이상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미취학 어린이들이 코로나19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실정이므로 정부가 과감하게 휴원 강제 조치를 해달라"고 주장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원 시설인 영어유치원에 대해 휴원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면서 "코로나19 방역지침이 잘 지켜지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sungjinpar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