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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코로나 언제 끝날지…" 대구 달려온지 6주째, 의사의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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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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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갑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29). /사진=본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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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의사 이전에 일반인인데 꽃이 피는 계절에 밖에 나가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 일인지 이해합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해 병이 전파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더 중요한 일 아닐까요?"

국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서는 등 사태가 세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이뤄지면서 시민들의 피로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을 위해 몸 바쳐 일하는 이들도 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형갑(29) 공중보건의사(공보의)는 벌써 6주째 대구 수성구보건소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김 공보의는 2월 말 대구 지역의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대구로 향했다.

원래 4주 일정이었지만 현장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을 보고 근무기간을 연장해 이달 중순까지 일하기로 했다. 이후에는 세종시로 자리를 옮겨서 다시 방역작업에 나선다.

최근 신천지 신도 검사가 모두 마무리되면서 대구 지역 확진자도 많이 줄었지만 해야 할 일은 여전히 산더미다. 특히 다른 지역과 달리 요양병원, 정신병원 등 취약시설의 위험군을 미리 검사하는 일도 김 공보의 몫이다.

김 공보의는 "초기에 비해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이 많이 낮아졌다"면서도 "아직 확진 받지 않은 감염자가 돌아다닐 가능성이 있어 안심할 때는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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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갑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29). /사진=본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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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일을 시작한 뒤로는 주말도 없이 사실상 주 7일처럼 일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많은 의료진이 지원에 나섰지만 여전히 인력이 부족한 탓이다. 긴장 상태에서 방호복까지 입고 근무하는 상황이 길어지다 보니 피로도 가득 쌓였다.

김 공보의는 "대구에 온 첫 달은 그날그날 챙겨야 할 환자가 너무 많아서 3~4시간밖에 자지 못할 정도였다"며 "협의회 회장 일도 함께 맡고 있어서 더욱 바빴다"고 말했다. 지금은 대구 지역 환자가 많이 줄어 그나마 조금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육체적인 피로보다 더 힘든 점은 언제 가족들을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막막함이다. 김 공보의는 "코로나19와 싸운 지 벌써 10주가 지났고 부모님을 마지막으로 뵌 것도 지난 설날 때"라며 "일을 마치고 돌아가더라도 2주는 더 못 볼 것 같은데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시민들이 다시 야외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 공보의는 "지금 꽃도 많이 피는 계절인데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답답한 상황인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최대한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고 꼭 필요한 경우에는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잘 씻는 등 기본적인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공보의는 시민들이 자신뿐 아니라 노약자와 사회 전체의 건강을 위해 활동을 자제해달라는 당부도 전했다. 그는 "아직 코로나19의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고 나오더라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특히 어르신들께서 치명률이 높기 때문에 청년이나 중장년층이 최대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의료진들이 이런 열악한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시민들의 응원이다. 정부도 대구 지역의 의료진들을 '이 시대의 영웅'이라며 여러 차례 고마움을 드러냈다. 김 공보의는 "영웅이 되려고 노력했다기보다 필요한 순간, 필요한 곳에서 열심히 하려고 했을 뿐"이라며 "감사하다는 시민분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힘도 난다"고 했다.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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