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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코로나 경제 충격파…IMF·금융위기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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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주기 경제위기설이 맞아떨어진 걸까.

한국은 1997년과 2008년 역사에 남을 큰 위기를 겪었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당시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은 폭락했다. ‘대마불사’라던 대기업조차 줄지어 문을 닫았다. 국민의 삶은 여지없이 피폐해졌다.

그런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가 이전 위기보다 훨씬 크고 오래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공포가 국내 증시를 집어삼키며 2100선을 웃돌던 코스피는 1400대까지 무너진 뒤 불안한 흐름을 보인다. 코스피가 15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경제가 올스톱하며 자영업자 매출은 ‘제로’로 추락하는 상황이다.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경제위기에 정부는 전례 없는 대책을 내놓는 중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경제 악화를 불러올까. 아니면 예상 밖 빠른 마무리로 V자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까.

매경이코노미

10년 주기 경제위기설 현실로

자영업·항공·유통·관광 벼랑끝


10년 주기 경제위기설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10년여 만에 3번째 대위기가 찾아왔다.

국내 자산가 사이에서 10년 주기설이 집중적으로 퍼진 때는 지난해 여름쯤이다. 문재인정부 소득주도성장이 정책 효과를 보지 못하고, 미중 무역갈등에 한국 기업이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 꼴로 무너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자산가는 금과 달러를 사 모으며 위기에 대비했다. 해외 석학과 전문기관도 2018년부터 올 초까지 글로벌 위기론을 주장했다. “미국 주가는 20% 하락하고, 석유 등 에너지 가격은 35% 하락한다.” (JP모건 2018년 9월), “중국발 글로벌 경제위기 가능성이 높다.”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 2019년 10월,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2020년 2월) 등 위기론이 넘쳤다.

‘설(說)’로 끝나는 듯했던 10년 주기 경제위기는 코로나19라는 의외의 이유로 터졌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가 그랬듯 이번 위기도 예고 없이 찾아왔다.

외환위기는 달러 부족이 원인이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지난 2월 기준 4092억달러(세계 9위)에 달한다. 하지만 외환위기 당시에는 39억달러밖에 없었다. ‘한국을 당장 떠나라’는 외국계 운용사 보고서에 해외 금융사는 앞다퉈 대출 상환을 요구했고, 한국은 지급 불능 사태에 빠졌다. 한국은 결국 IMF에 무릎을 꿇고 달러를 빌렸다. 당시 위기가 금융만의 이슈라고 한정 짓기도 힘들다. 성장에 취했던 대기업은 회계를 마음대로 조작해 빚을 눈덩이처럼 키웠다. 기업 실적이 따라가지 못하고 경상수지가 악화할 때 ‘달러 고갈’이라는 트리거(방아쇠)로 위기가 폭발했다.

금융위기는 글로벌 악재가 한국에 영향을 미친 경우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집중적으로 취급하던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됐다. 당시 수년간 저금리가 이어져 시중에 돈이 넘쳐났다. 은행은 마구잡이 대출 경쟁에 나섰고, 월가는 부채담보부증권(CDO)이라는 신종 파생상품을 쏟아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올리자 주택 시장은 급속히 붕괴됐고 파생상품은 휴지 조각이 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40%에 달할 정도로 수출 비중이 높았던 한국도 휘청였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08년 3%, 2009년 0.8%로 급락했다.

코로나19 위기는 해외에서 촉발된 위기라는 점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사하다. 그러나 뚜렷하게 다른 점이 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는 금융권 위기가 실물로 확산한 경우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금융과 실물이 동시다발로 악화한다는 것이 더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동 제한령’이 떨어지며 실물경제가 ‘올스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두 번의 위기는 상처가 컸으나 그래도 비교적 조기에 극복했다. 외환위기 때 금융시장 개방 등의 변화를 겪었으나, 국민 금 모으기 운동과 벤처 육성 등으로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정부 안정화 대책이 효과를 봤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이후 회복 시기와 정도를 예견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전염병에서 출발한 위기라 일단 백신이 개발되는 것이 가장 필요한 과제다. 그러나 백신을 기다리는 가운데 우리 경제 아킬레스건인 자영업자와 영세 중소기업이 버텨낼지 장담하기 어렵다. 항공·유통·관광 등 당장 생존을 담보하기 힘든 기업이 수두룩하다. 설상가상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미국 등 산유국 갈등도 메가 변수다.

금융시장도 불안하다. 2100선에서 움직였던 코스피는 일순간 1400선대까지 무너졌다. 이 같은 낙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반등한다 해도 V자형이 아닌 L자형 회복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명순영·강승태·김기진·반진욱·박지영 기자 / 그래픽 : 신기철]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52호 (2020.04.01~2020.04.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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