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폭락하는 유가를 떠받치기 위해 '유가 전쟁'의 당사국인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 급히 개입했지만, 이들의 불화를 진화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러시아와 사우디는 유가 전쟁을 촉발한 지난달 6일(현지시간)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의 감산 협상이 결렬된 책임을 상대방에 미루면서 공방을 벌였다.
사우디 외무부는 4일 국영 SPA통신을 통해 '러시아 대통령실의 발표는 진실을 왜곡했다'라는 제목으로 낸 성명에서 "그 (감산) 합의를 거부한 쪽은 러시아였다. 사우디와 나머지 22개 산유국은 감산 합의를 연장하고 더 감산하자고 러시아를 설득했다"라고 주장했다.
또 '사우디가 미국의 셰일오일을 제거하려고 했다'라는 러시아의 주장에 대해서도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외무부에 이어 사우디 에너지부도 "우리가 미국의 셰일오일을 겨냥해 감산합의에서 발을 뺐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부인했다.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는 "사우디가 셰일오일 산업을 적대하는 것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놀라울 뿐이다"라며 "이런 시도가 거짓이라는 것은 우리의 러시아 친구들도 이미 잘 안다"라고 주장했다.
압둘아지즈 장관은 "언론에 대고 '협상에 참여한 모든 산유국이 4월부터 감산 의무에서 벗어난다'고 처음 말했던 장본인이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이다"라며 "이 때문에 각 산유국이 저유가와 손해를 메우려고 증산하게 됐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감산 제의에 일단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지난달 6일) OPEC+의 감산 합의를 결렬시킨 쪽은 러시아가 아니었다"라며 사우디에 책임을 돌렸다.
이어 "사우디가 OPEC+ 합의에서 탈퇴해 산유량을 늘리고 유가를 할인한 것은 셰일오일을 생산하는 경쟁자들(미국)을 따돌리려는 시도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 통신은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의 제안으로 긴급 소집된 OPEC+ 화상회의가 6일에서 8일 또는 9일로 미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회의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하는 데 따른 유가 폭락을 막기 위해 시급히 감산하는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하지만 러시아와 사우디가 이번 감산에는 미국도 동참하기를 요구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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