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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정보기관 감찰관 해고…코로나 사태 와중에 탄핵 '깨알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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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마이클 앳킨슨 미국 정보기관 감찰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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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탄핵으로 이어진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의회에서 공론화되도록 한 정보기관 감찰관을 전격 해고하면서 인사 보복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24만명에 도달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미국의 환자가 전 세계 감염자의 4분의 1에 도달한 심각한 상황에서 탄핵에 연루된 이들을 ‘깨알 보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 기자회견에 참석해 마이클 앳킨슨 정보기관 감찰관이 “끔찍한 일, 완전히 끔찍한 일을 했다”면서 그의 해고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상원 정보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앳킨슨 감찰관 해고를 통보했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자신이 임명한 정보기관 감찰관들을 신뢰하다면서 “앳킨슨에 관해서는 더 이상 그럴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고를 통보함에 따라 앳킨슨 감찰관은 30일 이내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임자를 아직 통보하지 않았다.

앳킨슨 감찰관은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를 하면서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에 대한 부패 의혹을 수사하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내부고발자의 고발이 접수됐음을 하원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내부고발자의 고발 내용이 긴급하고 신뢰할만한 내용일 경우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관련 법규를 준수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9월 하원 정보위원회 비공개회의에 직접 출석해 내부고발자의 고발이 긴급하고 신뢰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직접 증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같은 고발에 근거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했고 결국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상원은 탄핵심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기된 직권남용과 의회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에 빌미를 제공한 것이 앳킨슨 감찰관 해고 사유임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회견에서 “그는 가짜 보고서를 접수했고 이것을 의회에 전달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금요일 심야에 이뤄진 전격적인 해고에 대해 ‘부도덕한 행동’이라면서 즉각 반발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앳킨슨 감찰관에 대한 부끄러운 심야 해고는 법과 선서에 요구된 대로 헌법과 국가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맡은 바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해낸 애국적인 공복에 대한 뻔뻔한 행동”이라면서 “권력에 맞서 진실을 말하려는 모든 의지를 위축시키는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탄핵을 주도했던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도 “우리나라가 국가적 비상사태를 헤쳐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심야 결정은 우리나라와 국가안보를 보다 더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연방정부 소속 공직자인 감찰관들도 공개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냈다. ‘정직과 효율을 위한 감찰관 위원회’ 회장인 마이클 호로위츠 법무부 감찰관은 성명에서 “앳킨슨 감찰관은 감찰관 사회에서 정직성과 직업적 전문성, 법의 지배와 독립적 감찰에 대한 신념 등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그의 해고를 비판한 뒤 “감찰관 사회는 우리가 관장하는 기관들에 대한 공격적이고 독립적인 감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탄핵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 보복은 지난 2월 5일 상원에서 탄핵심판이 부결된 직후부터 시작됐다. 하원의 탄핵조사 및 청문회에 출석해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과 그의 쌍둥이 형제 예브게니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내쫓았다. 고든 손들런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도 해임됐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 지연에 관해 트럼프 행정부에 불리한 증언을 한 존 루드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사퇴 압력을 폭로하며 물러났다.

한편 앳킨슨 감찰관은 지난달 18일자로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에게 보낸 서한에서 내부고발자와 자신이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고 폴리티코가 이날 보도했다. 앳킨슨 감찰관은 서한에서 “아시다시피 지난 6개월은 내부고발자들과 그들을 보복 또는 보복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이들에게는 혹독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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