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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가보니]채팅창에 ‘결혼 축하해요’··· 코로나19 시대 ‘유튜브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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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예식장에서 한 부부가 온라인 결혼식을 진행하고 있다. KT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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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인공, 신랑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신랑신부 입장”

지난 4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의 한 예식장에선 박수 소리가 울리지 않았다. 하객이 한 명도 없어서다. 반면 신랑신부 모습이 중계되는 유튜브의 채팅창에선 축하인사가 줄을 이었다. ‘결혼 축하드려요’, ‘짝짝짝(박수치는 모양의 이모티콘)’, ‘멋지십니다’, ‘와 진짜 아이디어 좋네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는 상황에서 실시간 유튜브 결혼식이 열렸다. 신랑 하지수씨와 신부 박지예씨는 주변에 폐를 끼치게 될까 염려해 이날 계획된 결혼식을 취소했었다. 마침 KT가 이 예비부부에게 생중계 시스템을 지원하면서 유튜브 결혼식이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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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예식장에서 한 부부가 온라인 결혼식을 진행하는 모습이 유튜브 화면에 비쳐지고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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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로 약 17m·8m로 비교적 작은 규모의 예식장 한쪽 면에는 대형스크린이, 평소 양가 부모가 않는 자리에는 별도의 스크린이 각각 설치됐다. 신랑신부 친구들의 모습은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으로 연결돼, 스크린에 비쳐졌다. 양가 부모의 모습은 화상회의 프로그램이 아닌 별도의 KT측의 카메라와 영상송출장비로 연결됐다. 혹여나 부모의 모습이 선명치 않거나 끊김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결혼식은 유튜브와 아프리카TV, 트위치를 통해 중계됐다.

신랑신부는 양가 부모와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눴다. 경기 양평군 자택에 있는 신부 어머니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하찮은 일로 다투거나 시강낭비 하지 말거라”며 덕담을 건넸다. 이에 신랑은 씩씩하게 “평생 잘해주고 행복하게 잘 살도록 하겠습니다”고 답했다. 사회자가 “어머니, 신랑 답변이 만족스럽습니까”라고 묻자, 신부 어머니는 “예, 백점입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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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예식장에서 한 부부가 온라인 결혼식을 진행하는 모습이 유튜브 화면에 비쳐지고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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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신부가 반지를 교환한 뒤, 인천 자택에 있는 신랑 어머니가 성혼선언문을 낭독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 앞에서 굳게 서약합니다”라는 신랑 어머니의 목소리가 같은 공간에서 들리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인기 유튜버인 배그나씨가 온라인으로 축가를 불렀고, 개그맨 박명수씨가 온라인이 아닌 예식장에 깜짝 출연해 흥을 돋웠다. 이어 신랑신부의 친지와 친구들의 축하영상이 온라인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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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예식장에서 한 부부가 온라인 결혼식을 진행하고 있다. KT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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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가 부모와 하객들이 보이는 대형스크린 앞에서 신랑신부가 서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신랑이 직접 셀카봉을 들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날 5시 45분 “신랑신부 퇴장” 이라는 사회자 안내와 함께 예식이 끝날 때까지 채팅창에는 축하인사말이 이어졌다. 유튜브와 아프리카TV, 트위치로 결혼식을 지켜본 이들은 1450명으로 집계됐다.

신랑 하씨는 “처음엔 온라인 결혼식이 ‘과연 잘될까’라는 걱정이 됐었다”며 “부모님과 친구들의 축하영상을 보는데 그 감동이 그대로 느껴져서 신부도 울고 저도 뭉클했다”고 말했다. 신부 박씨는 “비대면이라는 생각이 들지않을만큼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며 “누군가 유튜브 결혼식을 고민한다면, 저는 권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방송인 최욱씨는 “코로나19로 시대가 많이 바뀌고 있는데, 온라인 결혼식이 새로운 예식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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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예식장에서 KT 엔지니어가 결혼식 장면을 온라인으로 송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곽희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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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예식장 대형 스크린 뒤에는 KT엔지니어 12명이 송출작업 등을 진행했다. 이들은 예식장 내 스크린과 음향시설, 유튜브 영상의 자막과 화면배분 등을 맡았다. 이번 행사 지원이 사회공헌적 성격을 띤 까닭에 KT측은 결혼식 비용이 얼마였는지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KT측은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어서 일반인들도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온라인 행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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