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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트럼프, '셰일업계 보호용 관세' 엄포…미 원유 감산에 선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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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사우디·러시아 수입원유에 ‘관세’ 검토

중재서 돌아서 원유 감산 공동행동 ‘이탈’ 시사


한겨레

2019년 11월22일 미국 텍사스에 있는 원유 채굴 시추기 위로 태양이 비추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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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유가격이 1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가운데 오는 9일 ‘오펙플러스’(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과 러시아 중심의 비오펙 산유국 모임)가 감산 논의에 나서지만,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와 함께 세계 산유국 및 원유 수출국 ‘빅3’인 미국은 감산 공동행동에 나설 가망이 희박해지고 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에 상대를 향해 엄포를 놓고 위협하는 ‘포커 게임’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오펙플러스 멤버인 아제르바이잔 에너지부 대변인은 5일 “애초 6일로 예정돼 있던 오펙플러스 감산 관련 회의가 9일까지 연기됐다고 오펙이 통보해왔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앞서 사우디와 러시아는 트럼프의 중재 아래 “원유시장 안정”을 위한 오펙플러스 긴급회의가 6일 열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회의가 늦춰진 건 산유국 사이의 감산량 약속 수준을 둘러싸고 초안조차 아직 마련되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원유 중개업체 아이지(IG)의 시장분석가 조시 머호니는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실망감만 안겨준 채 지난 이틀간 올랐던 가격 상승분이 전부 증발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배럴당 66달러 수준이던 브렌트유는 최근 20달러까지 내려갔으나, 3일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러시아가 하루 1천만배럴 감산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희망한다. 감산량이 1500만배럴에 이를 수 있다”고 트위터에 밝힌 뒤 배럴당 34.1달러(전일 대비 14% 상승)까지 치솟았다. 1천만배럴은 글로벌 원유생산량의 10%에 이른다.

오펙플러스 회의가 연기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느닷없이 ‘수입관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는 “수입산 원유에 관세를 물려야 한다면, 또 미국 에너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태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셰일원유 하루 생산량은 1300만배럴이다. 이번 유가전쟁 이전의 하루 생산량은 사우디 980만배럴, 러시아 1070만배럴이었다. 미국은 지난해 러시아와 사우디로부터 하루 100만배럴 이상을 수입한 바 있는데, 유가 급락을 방어하기 위해 세계 최대 생산지인 텍사스에서 감산에 동참하는 대신 사우디·러시아산 수입 원유에 관세를 물려 미국 시장 수입을 차단하는 ‘플랜비(B)’를 꺼내든 것이다. 그는 이어 “오펙이 뭘 하든 개의치 않겠다. 오펙은 자기들끼리 가격전쟁을 벌이다 스스로 무너져내릴 것”이라고도 말했다.

트럼프가 수입관세와 사실상의 ‘감산 공동행동 이탈’을 시사하면서 이번 유가전쟁 불길은 이제 ‘오펙플러스 대 미국’ 사이의 갈등으로 옮겨붙고 있는 양상이다. 하루 1천만배럴 감산에 나선다 해도 유가를 떠받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란 점이 트럼프의 태도 돌변을 설명하는 한 배경으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3일 “하루 1천만배럴 감산은 코로나19발 원유 수요 급감에 따른 가격 하락을 상쇄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1천만배럴을 줄여도 2분기 전세계 원유 재고물량이 하루 1500만배럴까지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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