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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3월 차 내수판매 ‘깜짝증가’…개소세 인하 약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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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소비세 인하 효과, 빛과 그림자]

신차 출시와 쌍끌이 효과

3월 차 내수 판매 전년비 10%↑

코로나발 타격 예상 깼지만

신차 후광 없이 지속될지 의문

인하 끝나면 수요 급감 부작용

‘아랫돌 빼내 윗돌 괴기’ 지적

업계 “정책 신뢰 훼손…폐지 검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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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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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던 지난달 자동차 내수 판매가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10% 가까이 늘어났다.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에서 판매 급감의 우려가 컸던 점을 고려하면 꽤 선전한 성적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지난달 차 판매량의 ‘깜짝 증가’는 신차 출시 효과에다 개별소비세 인하 덕을 본 것으로 풀이되지만 이 약발이 언제까지 갈지 불투명한 탓이다.

5일 업계 말을 종합하면, 코로나19라는 초대형 악재에도 지난달 차 내수 판매가 늘어난 데는 몇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먼저 ‘신차 효과’다. 올해 초부터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신차를 꾸준히 출시한 게 내수 판매의 끌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 2월 중국발 부품 조달 문제로 국내 공장이 가동 중단되면서 생산 차질을 빚었는데 이로 인해 신차 출고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는 더 늘어났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기 차종의 경우 신차를 인도받기까지 두세달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신차 수요 덕분에 내수 판매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얘기다. 여기에 자동차를 구입할 때 물리는 개별소비세를 이번 달부터 인하 적용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개소세 인하 카드는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승용차를 구매할 때 소비자들은 차 가격의 5%를 개소세로 내야 하는데, 이번 조처에 따라 1.5%로 낮아졌다. 인하 폭은 70%로 예전의 30%에 견줘 갑절 이상 커졌다. 한도는 100만원까지다. 여기에 교육세 30만원, 부가가치세 13만원 등을 합산하면 최대 감면 효과는 143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약효의 지속성을 놓고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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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신차 출시 시즌에는 개소세 적용과 상관없이 신차 자체의 후광 효과를 보게 된다. 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신차 효과가 사그라들게 되면 개소세 인하 약발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 사태는 차 업계뿐 아니라 주된 수요층인 시민들의 일상과 소비 패턴에 큰 변화를 주고 있어서다. 특히 자영업자를 비롯한 소상공인, 여행 및 항공업, 제조업 등 산업 전반으로 타격이 심해 당분간 소비 위축은 불가피해졌다. 앞서 국내 완성차 5개 업체의 지난 2월 판매 실적은 전년 대비 20% 넘게 급감했다. 대면 접촉을 꺼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까지 벌어지자 일선 판매대리점들은 울상이다. 현대차 영업점 직원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세금이라도 내리는 게 나은 것 아니냐”면서도 “코로나 사태는 유례없는 악재라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경기 부진 때마다 반복되는 대증요법이 소비자 구매 패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가 문제다. 종전에 특별소비세로 불렸던 개소세는 주로 사치성 품목에 부과하는 세금이었다. 과거 정부에서도 경기가 부진한 시기에 개소세 인하 카드를 꺼내 들곤 했다. 소비재 판매를 촉진해 경기를 부양시킨다는 정책 의지가 반영돼 자동차는 물론 가전제품 등에 매기는 개소세가 인하되기도 했다. 과거 전례로 보면 개소세 인하 기간이 끝나면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부작용이 일어났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15년 9~12월 석달 동안 한시적으로 개소세를 3.5%로 내렸으나 인하 기한이 끝나고 다시 5%로 돌아간 이듬해 1월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량은 전달에 견줘 40% 가까이 급감했다. 2018년 7월에도 정부는 한시적으로 승용차에 매기는 개소세를 5%에서 3.5%로 낮춘 바 있다. 이 조처는 그해 말 한 차례 연장을 거쳐 지난해 6월 말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판매 부진이 계속되자 연말까지 다시 6개월간 연장됐다. 18개월간의 개소세 인하 조처는 역대 최장이었다. 세금을 낮춰 수요를 촉진하겠다는 의도였지만 그해에도 업체들은 판매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개소세 인하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아니냐’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개소세 인하는 값 비싼 대형차와 수입차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역진성 문제도 일으킨다. 개소세가 부과되지 않은 경차의 경우 세금 인하 혜택에서 제외돼 있다. 최근에는 지난 1~2월에 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개소세 인하를 소급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의 청와대 청원도 등장했다. 수시로 바뀌는 정부 정책이 부른 반발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 정책이 일시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정책 일관성의 결여로 신뢰를 잃게 된다”며 “세금을 수시로 내려다 올렸다 할 게 아니라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하거나 폐지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홍대선 선임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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