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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코로나19 장기화가 바꿔 놓은 금융권 일상…비대면 화상회의에 점심은 ‘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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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예방 위해 분산근무 잇따라

회식 자제·마주 앉아 식사는 금지

재택근무 땐 앱으로 동료와 소통

경향신문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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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직원 ㄱ씨는 지난달 초부터 기존 근무지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본점이 아닌 근처에 있는 국민은행 본부 건물로 출근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집단감염 우려를 줄이기 위해 한시적으로 분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국민은행 본부 부서는 현재 여의도 본점을 비롯해 별관, 세우빌딩, 더케이타워 등 4곳에 분산돼 있다. ㄱ씨는 본점에 같이 있던 타 부서 직원들과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ㄱ씨는 “낯선 사무실에서 타 부서 직원들과 일하는 것이 처음엔 조금 어색했지만 클라우드PC(서버 기반 컴퓨팅)가 있어 기존 사무용 집기들을 옮길 필요가 없고 회의도 화상으로 진행할 수 있어 불편함이 없다”며 “요즘엔 회식은 물론이고 직원들이 여러 명 모여 식사를 하는 것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재택근무 중인 카카오뱅크 직원 ㄴ씨는 매일 오전 9시면 거실 식탁에 노트북을 펴고 업무를 보고 있다. 카카오뱅크 원격근무 시스템에 접속해 오늘 처리해야 할 업무를 정리한 후 수시로 스마트폰을 통해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앱)을 확인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점심은 집에서 가족과 간단하게 먹고 정해진 퇴근시간까지 업무를 본다. ㄴ씨는 “원격근무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보다 더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동료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인 신한은행 직원 ㄷ씨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육아와 업무를 동시에 보고 있다. 아침에 아내가 출근한 후 업무 시작 시간인 9시까지 아이의 아침을 챙겨주며 시간을 보낸다. 오전회의는 스마트폰을 통해 화상으로 진행한다. ㄷ씨는 “얼마 전까지 사무실에서 매일 보던 직원들인데 PC나 스마트폰으로만 대화를 주고받다 보니 다소 생경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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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선 도시락 지급·CEO 보고 생략도

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권 일상이 바뀌고 있다. 집에서 업무를 보거나 대체사업장으로 출근하는 재택·분산 근무가 일상화되고 있다. 회의와 업무보고 등 조직 내 문화에도 변화가 생겼다. 서로 마주 보고 진행하던 회의는 비대면 화상회의로 바뀌었고, 최고경영자(CEO) 대면보고도 긴급한 사안이 아니면 생략하고 있다. 구내식당에선 도시락을 지급하고, 서로 마주 보고 식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직원들이 한 공간에 모이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 탈의실 운영을 중단하고 사복 근무를 허용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코로나19 집단감염 예방 차원에서 대부분 분산·재택 근무(원격근무)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본점 인력 약 3000명을 4~5개조로 나눠 교대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일부는 서울 강남·영등포, 경기 일산의 스마트워킹센터 등에서 분산근무 중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16일부터 고객상담센터 직원 448명 중 교대로 150명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고객센터 재택근무 인원을 25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물리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최근 ‘신한인의 10가지 행동준칙’을 만든 데 이어 지난 1일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통합 14주년 기념식을 열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2006년 4월1일 조흥은행과 통합했다. 예년 통합식의 경우 서울 세종대로 본점 대강당에 임직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유공직원 표창식을 여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벌였지만 올해는 조용히 치렀다.

■유니폼 착용은 자율 판단

국민은행은 본점 인력을 근처 본부 건물로 분산배치했다. 국민은행은 전국 각 지역영업그룹(16개) 내 디지털오피스(클라우드PC, 화상회의 등 디지털 기반 업무 환경이 구비된 공간) 환경이 잘 구축돼 있기 때문에 기존 근무지와 동일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영업점 창구 간 칸막이를 설치한 우리은행은 본점 인원의 20%에 달하는 300여명을 4곳의 대체사무실에 배치했다.

하나은행도 분산근무와 재택근무를 병행하면서 유니폼 착용 자율화 등 캠페인을 시행 중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탈의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을 때 혹시라도 있을 접촉 등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유니폼 착용은 각자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직장 내 점심 문화도 바꿨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구내식당에선 한시적으로 도시락을 지급하고 있다”며 “좌석을 일렬로 배치해 서로 마주 보고 식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옆 사람과의 공간은 최대한 확보할 것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재택근무 중인 직원들 간 소통과 연대감을 키우기 위해 각자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일상공유 릴레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또 수시 채용 진행 과정을 화상 면접으로 전환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대면 면접으로 인한 감염 우려를 없애기 위해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구글 미트’를 활용한 비대면 화상면접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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