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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view]실형 산 한명숙도 억울하다? 여권 '나쁜 검찰' 몰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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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한명숙처럼 딱 엮일 뻔”

황희석 “윤석열 측근 비위 뻔해”

“총선 이후 예정된 검찰 여권수사

사전에 견제구 던져 기 꺾기 의도”

중앙일보

연일 검찰을 비판하고 있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왼쪽부터). [연합뉴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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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으로 촉발된 범여권의 대(對)검찰 공세가 ‘묻지마 비판’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공세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일부 정제되지 않은 내용까지 무차별적으로 전파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총선 이후 재개될 검찰 수사의 예봉을 꺾고 파장을 희석하려는 목적이 깔렸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3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신라젠 관계자들이)‘의자에 돈 놓고 나왔다’ ‘도로에서 차 트렁크에 돈 실어줬다’고 말했으면 나는 한명숙 전 총리처럼 딱 엮여 들어간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가 음해성 수사의 피해자인 것처럼 묘사하면서 검찰이 언제라도 거짓 진술을 받아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법적인 결론과는 엄연히 다른 내용이다. 한 전 총리는 9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한 전 총리 사건 수사에 관여했던 검찰 관계자는 5일 “물증 없이 진술만 있는 사건은 무죄 판결이 나기 일쑤인데도 유죄 확정판결이 났다는 건 그만큼 사법부가 진술과 정황 증거의 신빙성을 높게 봤다는 의미”라며 “여전히 판결을 무시하면서 ‘억울한 옥살이’라고 보는 진보 진영 일각의 인식이 있는데, 유 이사장도 이들과 의견이 같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8번인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한술 더 떴다. 그는 페이스북에 “(검언유착 당사자로 지목된)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검사장이 처남인 진모 전 검사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감찰팀에 전화 한 통화 안 했을까? 저는 매우 의심스럽다. 매우”라고 썼다. 진 전 검사가 징계 없이 변호사 개업했다는 사실을 들며 아무런 근거 없이 심중만으로 공개적인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열린민주당 비례대표 2번)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소속 공직자가 아니면서 “윤 총장 가족이 공수처 수사 대상 1호가 될 수 있다”고 연일 압박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들이 무리한 비판을 개의치 않는 데 대해 총선 이후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본다. 청와대 등 범여권 수사 재개에 앞서 검찰에 사전 경고를 하는 한편, 검찰의 부도덕성을 부각해 수사의 파장을 희석하려 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검찰은 총선 이후 청와대와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사건들의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당장 야당에서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 재개가 예고돼 있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결부된 신라젠이나 라임자산운용 사건에도 범여당 중심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제기돼 있다.

지청장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무리한 검찰 공격의 배경에는 일단 친문 세력을 규합해 총선에서 당선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어 보인다. 이와 동시에 총선 이후 재개될 검찰 수사의 예봉을 꺾고 기를 죽이기 위해 사전에 강한 견제구를 던진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일단 검찰을 ‘나쁜 놈’으로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본인들의 범죄 혐의가 드러나더라도 검찰을 비판하면서 정치적 역공을 취할 수 있다”며 “당장 유 이사장만 해도 미리 자락을 깔아둔 덕택에 불리한 진술이 나올 경우 ‘거봐라. 내가 뭐라고 했느냐’며 검찰을 공격할 명분이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사회에디터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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