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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코로나 '충격파' 금융그룹…"실적 고공행진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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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머니투데이

수년째 '역대급' 성적표를 써오던 국내 금융그룹의 실적이 1분기에 내리막길로 접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실물경기 악화에 따른 코로나19(COVID-19)발 경제위기가 금융 부문에 영향을 미친 데다 '제로금리' 시대 돌입으로 수익성 하락이 현실화한 탓이다.

5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 실적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2조843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실적(2조9801억원)보다 4.6%(1368억원) 감소한 수치다.

그룹별로 보면 △신한금융 9658억원→8940억원(-7.4%) △우리금융 6145억원→5380억원(-12.5%) △하나금융 5539억원→5360억원(-3.2%) 등으로 예상됐다. KB금융만 전년(8459억원)보다 3.5% 증가한 875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산되나 작년 1분기 은행 희망퇴직 비용 350억원을 감안하면 소폭 하락한 것이다.

이는 핵심 자회사인 은행의 수익성 지표 악화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예컨대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꾸준히 하락추세였다. 신한은행의 작년 말 NIM은 1.46%로 전분기보다 7bp(0.07%p) 떨어졌다. KB국민은행도 같은 기간 6bp 낮은 1.61%였다. 증권가는 올해 1분기 전체 은행권 NIM이 4bp 가량 추가로 내려간 것으로 본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50bp '빅컷'(Big Cut·큰 폭의 금리인하)하며 사상 최초로 0%대 기준금리(0.75%) 시대를 맞아 NIM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금리하락 사이클이 지속되고 있어 NIM이 올라가기는 어렵다고 보고 NIM 하락폭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방어전략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DLF(파생결합펀드) 손실 사태 여파로 은행에서 고위험 투자상품을 팔지 못하도록 하면서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도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약진,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의 금융업 확대 등 경쟁이 격화된 것도 부담이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아직 애널리스트들이 올해 이익추정치를 하향하지 않고 있지만 컨센서스가 추가로 내려갈 공산이 크다"며 "일부 금융그룹의 경우 비은행계열사의 실적 저조와 은행 비이자 부진으로 실적 하회 폭이 다소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은행에 대한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수 증가세는 안정적이지만 불안정한 심리와 외부 수요 감소로 경기 위축이 지속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취약기업,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의 신용리스크 증가가 불가피하므로 리스크를 감안한 수익률 제고에 초점을 맞춰 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돌파구는 비은행 M&A(인수·합병)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국내시장보다 수익성이 높은 글로벌 시장 진출 등이다.

그러나 금융업을 둘러싼 업황이 꺾이는 시점에서 M&A가 '독'이 될 수 있고, 글로벌 사업 확장 역시 코로나19로 각국의 입국금지가 잇따르면서 '일단 멈춤'이 아니라 되레 후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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