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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바깥세상 궁금한데…' 코로나19에 발 묶인 보육원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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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 보육원에 외출 제한·외부인 출입금지…"아이들 안전 위해 불가피"

연합뉴스

보육원(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권선미 김솔 기자 = "선생님, 밖에 나가고 싶어요. 너무 답답해요."

"너희들이 밖에 나갔다 오면 보육원 전체가 격리 대상이 될 수도 있어. 이런 상황에서는 답답해도 참고 이해해야 해."

6일 서울 중구에 있는 한 보육원. 중학생 두 명이 보육원 교사에게 투정을 부리자 교사가 아이들을 달래며 이렇게 말했다.

2월 24일부터 이 보육원에서는 14개월 영아부터 대학생까지 50여명에 이르는 원생들이 보육원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었다. 서울시에서 시내 모든 보육원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보육원생의 외출과 외부인 출입을 금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학교 개학까지 미뤄지자 보육원생들은 기약 없이 밖에 나갈 날만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보육원생 중 아픈 사람이 생기면 보육원 직원이 체온을 재고 증상을 적어 병원에 제출하고 대신 약을 처방받는다. 주말마다 이뤄지던 보호자들 면회도 금지돼 일부 보육원생들은 부모와 영상통화로 소통하고 있다.

보육원 관계자는 "아이들이 많이 답답해해 안타깝지만, 주로 어린아이들이 단체생활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구의 한 보육원에서도 중·고등학생 원생들이 다니던 학원을 모두 중단하고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보육원 관계자는 "아이들이 '제발 편의점이라도 다녀오게 해달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내보내 주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원생들이 밖에 나가지 못하게 되자 각 보육원은 보드게임, 쿠키 만들기, 영화 감상 등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매번 새로운 프로그램을 짜기엔 한계가 있는 데다 자원봉사자 출입도 금지돼 인력난까지 겪는 상황이다.

용산구의 다른 보육원은 한 달에 150∼200명의 자원봉사자가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보육원 관계자는 "특히 어린아이들이 자원봉사자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외부인은 보육원으로 들어올 수가 없어 아이들이 언제 자원봉사자를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보육원생 외출 제한과 외부인 출입금지 조치 기간을 정해두지 않고 있다. 개학 일정을 고려해 조정하려고 했으나 개학이 계속 연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수 어린이가 단체생활하는 보육원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할까 봐 초긴장 상태"라며 "국내에서 하루 100명씩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어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강력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fortuna@yna.co.kr, s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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