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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배민 수수료' 논란…부자점주 47% 불리 vs 영세점주 53% 유리 '양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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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서비스' 주력으로 내세운 배달의민족…"플랫폼 이용료 개념"

영세·신규 매장 점주는 유리…대형업체와 소외지역 매장은 불리

뉴스1

서울 송파구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 방문자 센터의 모습. 2019.12.1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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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의민족 수수료 체계를 개편했습니다. 1억원 벌면 1000만원 정도 가져가겠단 거네요. 점주님들 배달의민족 끊읍시다. 끊으면 이용자들이 알아서 시켜먹겠죠. 외식업체에 수수료 떼먹고 사는 기생기업 서비스를 굳이 쓰지 맙시다."

# "백화점이 지하 식품관에 입점하는 점주들에게 수수료로 월 매출의 25%를 떼가거든요. 배달의민족은 점주가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일종의 '온라인 매장'이잖아요. 플랫폼 이용료는 내는 게 맞죠. 저처럼 매출이 적고 광고비를 많이 못 쓰는 업체는 오픈서비스가 훨씬 이득이에요."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1일 도입한 수수료 중심의 광고상품 '오픈서비스' 이후, 점주들이 보이는 엇갈린 반응이다.

오픈서비스는 배달의민족에서 주문이 성사되는 건에 대해서만 5.8%의 수수료를 받는 상품이다. 기존엔 광고 1건당 월 8만8000원을 내면 되는 정액제(울트라콜) 위주였다.

기존 정액제 모델이 소위 '깃발꽂기'라는 광고독식을 초래하자 수수료 기반으로 재편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번에 적용한 수수료율이 '전 세계 최저'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번 수수료 적용으로 비용이 높아진 점주들은 거세게 반발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독과점 배달앱의 횡포"라고 나섰다.

반면 매출규모가 작은 영세사업자들은 오히려 이번 개편으로 수혜를 본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매출이 높은 53% 점주들은 수수료가 오르고, 47%는 낮아지는 구조다.

◇"전 세계 주요 플랫폼, 요금체계 근간으로 '수수료' 받는다"

배달의민족 광고상품은 크게 오픈서비스와 울트라콜로 나뉜다. 오픈서비스는 '슈퍼리스트'와 '오픈리스트'가 발전한 상품이다.

슈퍼리스트는 입찰경쟁으로 낙찰자와 가격이 정해지는 광고로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운영됐다. 광고비로 최고가를 제시한 매장 3곳은 자신의 매장 정보를 앱 최상단에 1개월간 무제한으로 노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상품은 소상공인에게 치열한 경매 경쟁을 부추기고 광고비용을 높인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대안상품인 '오픈리스트'를 내놨다.

최상단 3개 광고자리에 매장이 골고루 노출되는 오픈리스트는 입찰경쟁이 아닌 광고로 발생한 매출의 6.8%를 우아한형제들이 떼어가는 형태로 운영됐다. 광고 효과가 없어 음식을 주문한 고객이 없다면 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1일 선보인 오픈서비스는 이 광고상품을 개선한 것이다. 수수료는 광고로 발생한 매출의 5.8%로 낮췄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한 국내·외 푸드 딜리버리 업계와 이커머스 업계의 통상 수수료율 13.1%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글로벌 플랫폼 업체가 수수료를 요금체계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것은 주문이 성사돼 업주님들에게 이익이 생길 때 플랫폼에도 매출이 일어나는 게 가장 합리적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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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광고상품 '울트라콜' 깃발꽂기 예시 (배민사장님광장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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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비 많이 쓰는 매장만 번다"…깃발꽂기 문제 만든 '울트라콜'

배달의민족에서 문제가 된 광고상품은 '울트라콜'이다. 배달의민족은 오픈리스트-울트라콜 순서로 광고를 노출한다. 상위 3개 매장을 노출하는 오픈리스트와 달리 울트라콜은 광고에 가입한 업체 전체를 노출했다.

울트라콜은 월 정액제(8만8000원, 부가세포함)로 운영됐다. 업주는 이용자에게 자신의 매장을 노출하기 위해 특정 지역에 '깃발'을 꽂는데 그러면 인근 1.5㎞~3㎞ 반경에 있는 이용자에게 점주의 매장이 노출됐다.

그러나 일부 자금력 있는 업주가 수백개의 깃발을 꽂으면서 문제가 됐다. 자금력이 있는 업주가 깃발을 여러 곳에 꽂게 된 것이다. 실제 한 업주는 월 1000만원 이상의 광고비를 내고 200개의 깃발을 꽂았다.

자금이 부족한 영세 소상공인은 배민 앱에서 노출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우아한형제들이 '오픈서비스' 확장에 나선 배경이다.

◇"광고비 부담 덜어 감사" vs "배민이 내 매출 일부를 왜 떼냐"

울트라콜을 이용해 월 24만원으로 깃발 3개를 꽂아 배민에서 월 매출 300만원을 올리던 업주는 5.8% 오픈서비스에서 17만4000원만 내면 된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이처럼 비용이 줄어드는 업소가 전체의 52.8%다.

반면 47.2%는 손해다. 울트라콜을 이용해 월 440만원으로 깃발 50개를 꽂아 배민에서 월 매출 1억원을 올리던 업주는 수수료 체계(오픈서비스)에서 580만원을 내야 한다.

울트라콜 광고상품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무제한으로 노출되던 매장은 3개로 제한되고 배치구역도 맨 하단으로 밀린다. 돈(광고비)을 쓰면 매출이 따라오던 현상이 사라지게 된 것. 울트라콜의 광고효과가 예전같지 않다는 뜻이다.

이에 반발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배달의민족을 이용하는 점주 A씨는 "우아한형제들이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되면서 국내 배달 앱 시장의 98.7%를 독점하게 되는 상황에서 배달의민족도 차차 수수료를 올리며 수익구조를 만들 것"이라며 "플랫폼 이용료라고 하기엔 수수료가 높고 '많이 버는 업체에 더 많이 거두겠다'는 우아한형제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점주 B씨는 "일반적으로 깃발 1개를 꽂아 배달로 월 매출 150만원을 내면 깃발 잘 꽂았다고 이야기한다"며 "소위 울트라콜은 있는 사람만 버는 광고상품이고 반발하는 사람들도 대다수 대형업체다. 생계 유지 정도로 벌고 있는 저같은 사람의 경우는 오픈서비스가 이득이고, 이제야 배달해볼 만한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자영업자와 이용자에게 합리적인 요금체계가 오픈서비스이며, 정액제의 문제점과 수수료 모델의 합리성에 대해 오래 고민해 낸 결과"라며 "합병 이슈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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