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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5G가 코로나 전파" 황당뉴스에 기지국 방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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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가 인체 면역력에 해롭고, 바이러스 전파" 루머

기지국에 불을 붙이는 극단적인 사건까지

통신업계·의료업계 "말도 안되는 가짜뉴스"

조선일보

5G를 반대하는 유럽 시위자가 붙인 스티커./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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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세대) 이동통신 기지국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최근 영국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이 같은 루머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통신업계와 의료계가 이를 ‘최악의 가짜뉴스’라고 선을 긋고 나섰다.

5일(현지 시각) 미국 IT매체 씨넷 등에 따르면 조나단 엠 사멧 콜로라도 공중보건 대학 학장을 비롯한 의료계 관계자는 “5G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파한다는 이야기는 과학적으로 아무런 신빙성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도 “코로나는 사람과 사람이 접촉하면서 전염되는 바이러스로, 5G 무선 주파수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어떤 음모론이길래?

이 같은 루머는 지난 3월 말부터 소셜미디어에서 제기됐다. 5G 전파가 사람의 면역체계를 억제해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쉽게 만든다는 주장부터 시작해, 급기야는 5G 네트워크가 바이러스를 전염시킨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 까지 확산됐다.

이에 영국 현지에서는 5G 기지국에 불을 지르는 방화 사건까지 발생했다.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영국 버밍엄, 리버풀 등 중서부 지역에서 철탑 방화 사건이 일어났다. BBC는 “사건의 배후가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았으나, 5G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확산시킨다는 음모론을 신봉하는 자들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사실은 어떨까. 영국 사설 조사단체인 ‘풀팩트’는 “5G가 3G나 LTE에 비해 고주파를 사용하는 것은 맞지만, 국제 지침보다 훨씬 낮은 전자기를 방사해 인체 면역력을 낮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BBC는 “5G 주파수는 인간의 DNA를 공격할 만큼의 에너지를 갖고 있지 않다”며 “무엇보다 루머가 사실이라면 5G가 활성화된 나라를 중심으로 코로나의 확산 속도가 빨라야하는데, 일본이나 이란등은 5G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보도했다.

5G는 이미 상용화 초기부터 음모론에 시달려왔다. 인체에 암이나 다른 질환을 일으킨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국제 비전리방사선보호위원회(ICNIRP)는 최근 “관련 문헌을 수년간 검토한 결과, 인체 조직 발열 외에는 피해를 준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통신·의료업계 “유감스럽다”

루머가 방화사건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영국 통신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닉 제프리 영국 보다폰 CEO(최고경영자)는 “코로나로 인한 국가 위기 상황에서 5G 기지국을 향한 방화 공격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문제는 국가 안보와 연결되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스테판 포이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의료 국장은 “응급 의료 서비스를 위해 모바일 네트워크가 필수인 점을 고려할 때, 통신 기지국에 대한 공격은 큰 피해를 초래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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