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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정부가 배달앱 만들자” 주장에… 박영선 “우리가 그것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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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폭리” 주장에는 “일단 팩트체크가 먼저” 신중

국내 배달 시장 점유율 1위인 배달의민족(배민)이 최근 수수료를 ‘꼼수’ 인상해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가중시켰다는 논란이 거센 가운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정부 차원의 배달 플랫폼을 만드는 것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배민 측의 데이터를 받아 수수료 정책 변경 후 실제 업주들에게 어느 정도의 피해가 있는지 ‘팩트체크’를 해봐야 하며 “우리(정부)가 못할 것은 없지만 과연 우리가 그것까지 하는 게 맞는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세계일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열린 벤처투자 기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 브리핑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영선 장관 “배달앱 만들어 달란 요구… 우리가 그것까지 하는 게 맞나”

박 장관은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열린 벤처투자 기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 브리핑에서 “배민의 주장에 의하면 고객의 52%가 수수료 5.8%를 내고 있다고 한다”며 “배민 입장에서는 (수수료 체계를 개편해도) 과거와 매출에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민측에서 지금 요금제 형태로 하면 영세사업자들한테 혜택이 돌아가고, 종전 요금제로 하면 규모가 큰 식당에 혜택이 돌아간다고 했다”며 “그래서 배민 측에 관련 데이터를 뽑아달라고 요청했고, 데이터를 받아본 뒤에 팩트체크를 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정부 차원의 배달앱 플랫폼, 공공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 박 장관은 “내가 지금 얘기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제 한 뒤 “중기부에도 그런 배달앱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는 있는데 우리가 못할 것은 없지만 과연 우리가 그것까지 하는게 맞느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해 여당 내 일각의 주장과는 거리를 뒀다.

한편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일부터 정액제보다 정률제 하에서 광고 노출 효과가 높아지는 신규 요금제를 시행했다.

기존에 무작위로 3개 업체만 노출되던 앱 화면 최상단 ‘오픈리스트’가 등록 업체가 모두 노출되는 ‘오픈서비스’로 바뀌고, 중개 수수료는 기존 6.8%에서 5.8%로 1%p 낮췄다. 월 8만8000원을 내는 정액제 ‘울트라콜’ 서비스는 ‘오픈서비스’ 목록이 끝나고 나오도록 해 광고 노출을 확 줄였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새 요금체계가 독과점의 횡포이며, 일부 소수 사업자에게만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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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비용 부담 증가 배려 못해” 공식 사과

여당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지자체까지 나서 “정부 차원의 공공 배달앱을 만들어야 한다”며 비판의 십자포화를 쏟아붓자 배민은 6일 부담이 늘어나는 업주들을 세심히 배려하지 못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배민은 김범준 대표 명의의 사과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식업주들이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영세 업소와 신규 사업자일수록 주문이 늘고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는 개편 효과에만 주목하다 보니 비용 부담이 갑자기 늘어나는 분들의 입장은 세심히 배려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배민은 새 요금제 도입 이후 5일간 데이터를 전주와 비교했을 때 비용 부담이 늘어난 업주와 줄어든 업주의 비율은 거의 같다고 주장했다. ‘오픈서비스’ 도입 후 업소별 주문량 변화와 비용 부담 변화 등 데이터도 쌓이면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도 밝혔다.

배민은 4월 ‘오픈서비스’ 비용은 낸 금액의 절반을 상한선 제한 없이 돌려주기로 했다. 이는 앞서 배민이 코로나19 고통 분담 차원에서 월 15만원 한도 내에서 3, 4월 수수료 절반을 돌려주기로 한 정책을 확대한 것이다.

배민은 “새로운 요금 체계를 도입하며 큰 혼란과 부담을 준 점에 다시 한번 죄송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외식업소의 매출은 늘고 이용자들의 업소 선택권은 최대한 보장되는 앱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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