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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찬성쪽 “지원대상 사각지대 해소” 반겨…기재부 “기존안 국회제출이 우선” 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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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지급 제안에 엇갈린 반응

일부는 “재정여력 아껴둬야” 우려

고소득층 대상 ‘선별환수’ 제안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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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여야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환영과 우려의 입장이 엇갈렸다. ‘하위 70% 가구당 최대 100만원 지급’이라는 지난달 30일 비상경제회의 결정에 따라 재원 대책과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하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기존 계획에 따른 추경안의 국회 제출이 우선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보편지급에 찬성하는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선별지급에 따른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고 사각지대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의 입장 선회가 타당한 방향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소득 하위 70% 판단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활용할 예정인데, 직장인 상당수(100인 미만 사업장)와 자영업자들은 최소 1년 전 과세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가 책정된다. 따라서 최근 피해 상황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19에 따른 무차별적인 피해와 선별 과정에서 불거질 수밖에 없는 형평성 논란을 고려하면, 현시점에서는 보편지급으로 선회하는 쪽이 옳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추가 재정 소요가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여야의 결정이 우려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한수 경북대 교수(경제학)는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피해 계층의 지원 범위를 넓히는 취지로 시도된 방안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선별지급의 원칙이 옳다고 본다”며 “아직 우리 경제에 코로나19로 인한 진정한 여파가 미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지금은 재정의 여력을 아껴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단 보편지급을 한 뒤 고소득층에 한해 ‘선별환수’를 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행정적 편의와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는 차원에서 보편지급을 하되, 대응력에 여유가 있는 소득 상위 계층에 대해서는 사회적 연대 차원에서 환수하는 방안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장도 보편지급 뒤 2021년 이후 고소득자에 대한 ‘특별부가세’를 과세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현금성 지원의 재정승수(재정지출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가 낮은 점을 고려하면 무작정 지급 범위만 확대하자는 주장도 무책임한 일”이라며 “선별·보편지급 논란에서 벗어나 보편지급 뒤 선별환수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라고 짚었다.

재정당국인 기재부는 여전히 보편지급에 소극적인 태도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정된 자원인 재정의 지원은 취약계층에 집중돼야 한다는 ‘수직적 형평성’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국가채무 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새로운 안건을 논의하기보다, 현재 진행 중인 9조1천억원 규모의 추경안 편성에 속도를 내는 게 우선이라는 현실론도 내세웠다.

다만 기재부 관계자는 “두 당이 국회의원 선거 이후 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합치된 의견으로 증액 요청을 한다면, 정부가 이에 동의하는 방식으로 지급 대상을 확대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안의 소요 재원은 9조1천억원 수준이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주장대로 국민 1인당 50만원씩 일괄 지급하려면 약 25조원이 든다. 전 가구를 대상으로 100만원(4인가구 기준)씩 지급하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장에는 약 13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노현웅 이경미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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