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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선거 20일 전 공약 내면 누가 알겠나, 내용도 D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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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페스토 팀장 여야 공약 분석

“실현 가능성, 이행기간 안 밝혀

유권자에 최소한의 성의조차 없어”

중앙일보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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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학점 수준의 졸작.”

한국정치학회 매니페스토 연구팀장인 이현출(건국대 정치외교) 교수가 21대 총선 공약을 검토한 뒤 6일 내놓은 총평이다. 한국정치학회와 중앙일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21대 총선에 후보를 낸 각 정당의 정책 공약들을 비교 분석했다. 이 교수는 “매니페스토 운동이 시작된 2004년 이후 총선 공약 중 최악”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회도서관 입법정보연구관 시절인 2003년 ‘매니페스토:국민과의 계약’이라는 연구결과를 제출해 주목을 받았다. 언론과 시민단체가 매니페스토 운동에 뛰어든 2006년 무렵부터 이 교수는 단골 자문역이었다. 2015년 학계로 나온 이 교수는 지난해 한국정치학회 내에 매니페스토 연구팀을 꾸렸다.

이 교수는 “공약 공개가 너무 늦은 데다 내용도 구체성이 전혀 없다”며 “10대 공약이랍시고 발표한 내용도 실현 가능성, 이행 기간 및 필요 예상 등 세부사항이 전혀 없어 평가 자체가 무의미한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총선에 후보를 내는 정당들은 10대 공약을 중앙선관위에 등록해야 한다. 권고사항이라곤 하나 시한도 있어 총선 30일 전인 지난달 16일이었다.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민생당·정의당 등 33곳만 이를 준수했다. 더불어시민당은 이달 2일 최종본을 제출했고, 열린민주당은 6일에야 발표했다. 이 교수는 “유권자가 20일 만에 공약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어떻게 따져보겠느냐”며 “유권자를 대하는 최소한의 성의조차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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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3년간 여야는 검찰개혁과 선거제 개편을 둘러싸고 치열한 소모전을 벌여 왔지만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정치·사법 분야와 관련된 계획을 1건도 10대 공약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 교수는 “수사적인 표현들 속에 실질적인 쟁점을 숨기는 행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당은 ‘지난 4년간 1당으로서 책임 있게 이런 것들을 했으니 표를 달라’, 통합당은 ‘지금 이런 것들이 문제이니 우리에게 표를 주면 이렇게 바꾸겠다’고 주장해야 하는데 지금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허한 말을 반복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매니페스토 운동이 15년째에 접어들면서 공약에 대한 국민의 기대수준은 높아졌지만 정당들은 뒤로 가고 있다”며 “공약 제출 시 법안 제·개정 목표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강제하거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국회예산정책처 등 외부 기관으로부터 사전에 예산 추계나 재원 마련 방법에 대한 의견을 받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41개 정당 중 4개 정당만 분석=중앙일보와 한국정치학회 매니페스토 연구팀은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민생당·정의당 등 4개 정당(원내 의석 5석 이상)의 ‘10대 공약집’으로 대상을 한정해 비교·분석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따른 위성정당 등의 창당으로 이합집산이 3월 중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조희정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이번 총선 공약 제출 시점은 지난 20대 총선과 비교해 봐도 두드러지게 늦다. 10대 공약을 제출한 정당들에 책자 형태의 ‘공약집’ 전문을 요청했지만 4월이 지나서야 들어온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더불어시민당의 경우 두 차례 철회 소동을 겪은 끝에 2일 등록했고, 열린민주당은 6일 발표했다. 또 모당(母黨)과 위성정당(더불어시민당·열린민주당, 미래한국당)의 공약이 대동소이한 요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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