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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수도권 뚫리면 폭증 위험… 막을 방법은 '사회적 거리두기'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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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시민 동참’ 목소리 높여/ 인구절반 모여 살고 이동량 많아/ 하루 새 서울 11명·경기 8명 등 늘어/ 증가세 급격히 빨라져 우려 확산/ 최근 꽃놀이 지역 중심 이동 증가/ 전문가 “시민들 경각심 저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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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좌석 줄여 거리두기 6일 서울시내의 한 스타벅스 매장 한켠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치워둔 테이블과 좌석이 놓여 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전국 매장의 테이블과 좌석 공간을 최대 3분의 1가량 줄이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뉴스1


수도권에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폭발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집단감염, 해외 유입 등으로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의 확진자 증가 속도가 전체 확진자 증가보다 훨씬 빠르다. 연장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동안 수도권 방어가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6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서울 확진자는 전날보다 11명 늘어난 563명으로 집계됐다. 경기도는 8명 증가한 580명, 인천은 1명 증가한 80명을 나타냈다. 전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추세는 완만해졌으나 서울·경기·인천 수도권 증가세는 급격히 빨라져 우려를 낳고 있다.

일주일 전인 3월30일과 비교해 수도권 환자는 947명에서 1223명으로 29.1% 증가했다. 서울의 증가율은 32.2%, 경기와 인천은 각각 25.3%, 37.9%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전체 확진자 증가율은 6.4%로, 수도권이 4배 이상 높다. 대구·경북에서 환자가 폭증한 2월 말에는 전체 확진자 증가율이 더 높았으나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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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도권 코로나19 환자가 늘고 있는 것은 해외 유입자 증가, 병원 집단감염 발생이 주된 요인이다.

방대본이 지역별 신규 해외유입자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4월4∼6일 3일간의 자료를 보면 해외에서 유입된 신규 환자는 총 88명이었다. 이 중 수도권이 35명이다. 공항 검역(46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수도권에서 확인된 것이다.

의료기관 감염도 대규모 유행으로 번질 수 있는 불씨다. 최근 의정부성모병원 사례를 봐도 지난달 29일 첫 환자 발생 후 지금까지 44명이 확인됐다. 환자뿐 아니라 직원, 환자 보호자 등으로 전파됐다. 이외에도 만민중앙성결교회나 성남 은혜의강교회, 구로 콜센터 등에서의 집단감염 발생, 이들의 접촉자, 개별사례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감염사례들이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도권은 한국 인구의 절반이 모여 있는 지역으로, 확진자 수가 급증할 경우 대구·경북보다 더 큰 규모로 유행할 위험이 크다. 최악의 경우 의료체계의 붕괴, 사망률 급증 등 통제가 힘든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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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발생으로 폐쇄된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에서 병원 업무 관계자들이 운행이 중단된 에스컬레이터 옆을 걸어 내려오고 있다. 의정부시는 이날까지 의정부성모병원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43명이며 병원 폐쇄 조치 를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수도권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명쯤 되면 폭발할 수 있다”며 “미국 뉴욕의 확진자는 1만명이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1만명 이후 10만명까지는 가파르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도권 폭증을 막을 방법이 현재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밖에 없는데 시민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방역당국 분석을 보면 지난 4∼5일 모바일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구 이동량을 보면 2월 말보다 20%가량 늘었다. 서울 시내 유동인구도 명동, 강남역, 홍대 등 젊은층이 많이 찾는 서울 상업지구와 여의도, 한강변, 남산 인근 등 꽃놀이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도권은 항상 위험한 상황인데,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져 경각심이 떨어지면 정말 위험해진다”며 “광범위하게 환자를 관리하다 보면 놓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사회적 격리가 잘 이뤄지면 추가 전파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동안 수도권 환자 증가를 억제해 온 것은 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열심히 해주었기 때문”이라며 “장기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서는 산업과 소상공인 보호 등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사회적 활동이 제약돼 생기는 시민들의 심리공황을 해결할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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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여의도 국회 뒤편 벚꽃길. 코로나19로 11일까지 전면 통제한다. 연합뉴스


방역당국은 수도권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외에도 자가격리 위반자에 대한 처벌 강화, 의료기관 감염 예방책 마련 등을 시행하고 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병상 확보도 속도를 내고 있다. 5일 기준으로 수도권 감염병 전담병원 가용병상은 1016개다. 중증치료 병상은 73개 중 9개가 비어있는데, 추가로 41개 병상을 확보할 수 있다. 수도권 생활치료센터에도 약 200명이 입실할 수 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해외입국자 관리와 수도권 지역사회 감염 차단을 충실히 하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다면 유행이 큰 폭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방역조치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지자체와 긴밀하게 협력해 역학조사와 통제,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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