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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대표 실수로 들통난 유니클로 ‘구조조정 계획’…임직원 혼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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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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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변상이 기자]

지난해 ‘불매 운동’으로 홍역을 치른 유니클로가 이번엔 인력 감축 계획이 알려지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논란은 배우진 대표가 인사 관계자에게 보내야 했던 이메일을 실수로 전 직원에게 보내면서 시작됐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 대표는 지난 2일 인사 부문장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실수로 전체 회신에 잘못 전달되며 구조조정 계획이 내부에 알려졌다. 이메일에는 “부문장님, 어제 회장님께 이사회 보고를 드렸고 인사 구조조정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보고 내용대로 인원 구조조정이 문제없도록 계획대로 꼭 추진을 부탁한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내용에 적시한 ‘회장님’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에프알엘코리아 9명의 이사 중 회장 직함을 가진 이사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야나이 다다시 일본 패스트리테일링 회장 등 2명이다. 최근 신 회장이 롯데그룹 내 계열사 정리 롯데그룹 측도 이번 사태와 관련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배 대표는 같은 이메일에서 인사조직부문장에게 ‘올해 2월 기준 정규직 본사 인원이 왜 42명으로 늘었는지에 대한 회장님의 질문이 있었다’고 전했다. 해당 내용이 공개되면서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불매 운동 여파로 매출이 급락한 것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직원은 “보통 하반기가 매출이 훨씬 적기 때문에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고, 따라서 구조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은 직원들도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지난해 불매 운동으로 인한 매출 직격탄을 보고만 있던 대표가 뒤에서는 신속하게 구조조정에 동의하고 있던 점이 용납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에프알엘코리아 측은 서둘러 직원 달래기에 나섰다. 에프알엘코리아는 “배우진 대표가 인사조직부문장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당장은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며 “기업 경쟁력 강화와 효율성 개선 방안을 논의하던 과정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또 배 대표가 보낸 이메일의 내용 자체도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에프알엘코리아는 직원 해고 등은 계획하지 않고 있으며, 인적 구조조정보다 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 측의 해명에도 내부에서는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유니클로 직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폐쇄형 SNS 블라인드에는 직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구조조정 대상자가 스스로 그만두게 될 확률이 커지는 만큼 배 대표가 의도적으로 이메일을 잘못 보낸 것 아니냐는 추측도제기됐다.

유니클로 사내 게시판 한 직원원은 “회사에 오자마자 직원의 행복을 외치던 분이 보낸 메일이라 더 충격적”라며 "불매운동 때부터 예상했지만 막상 내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막막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은 “고의인지 실수인지 모르겠지만 매출은 뻔하고 당장 줄이기 쉬운 건 인건비”라며 “우리 회사가 희망퇴직 해줄 리 만무하고 10명 발령내면 3~4명은 나가겠다 말할 수밖에 없는 쪽으로 정리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논란의 발단인 배 대표의 CEO 자질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는 지적도 빗발치고 있다. 롯데백화점 출신인 배 대표는 2019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에프알엘코리아 롯데 측 신임 대표로 임명됐다. 배 대표는 지난해 7월부터 유니클로가 일본 제품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는 과정에서도 자질 부족 논란을 겪었다.

지난해 매출은 9749억원으로 1조원을 밑돌았다. 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4년(1조356억원) 이후 처음이다. 2018년(1조4188억원)보다 31.3% 줄었다. 결산 기준인 작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6개월 반기 매출 역시 전년 동기간의 40% 수준인 4130억원으로 추정된다. 배 대표 취임 후 실적 하락이 현실화된 만큼 책임 경영을 요구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에프알엘코리아 관계자는 “메일이 발송된 후, 직원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각 부서별 부서장 및 팀장을 통해 본 건에 대해 설명을 했으나 일부 직원에게 전달되지 못해 혼란이 생겼다”며 “이후에도 계속해서 직원들에게 설명을 해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업무를 진행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상이 기자 bse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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