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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터널' 끝 보이는데… 대구 경제는 아직 캄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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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확진자 발생한 지 50일]

동성로·서문시장·먹자골목… 상점들 하나둘씩 문 열기 시작

"어서 오세요 하는데 눈물 날 뻔" "90% 준 매출 언제나 회복될지"

하루 확진 10명 안팎 줄었지만 시민들 거리두기 등 경계 안늦춰

7일 오후 6시 대구 번화가 동성로의 중심인 대구백화점 앞 광장을 마스크를 쓴 연인이 팔짱을 끼고 지나가고 있었다. 이들뿐 아니라 젊은이 100여 명이 잡담을 나누며 주변을 지나고 있었다. 20여일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다. '임시 휴업'이라는 쪽지를 붙이고 문을 닫았던 휴대전화 가게와 옷가게들도 대부분 다시 불을 밝히고 영업을 재개했다. 여자 친구와 함께 나온 김준헌(25)씨는 "한 달 만에 동성로에 와봤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면서 "대구가 서서히 일상을 찾아가는 듯하다"고 말했다.

지난 5일 40여일 만에 문을 열었다는 동성로의 사장 A씨는 "홀 영업을 중단했던 이웃 가게들이 하나둘 문을 여는 것을 보고 개점을 결정했다"면서 "40일 만에 첫 홀 영업 손님을 받으면서 '어서 오십시오'라고 할 때 눈물이 날 뻔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A씨는 "매출이 80% 이상 떨어졌는데 언제 회복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지 7일로 50일을 맞은 대구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는 승기(勝機)를 잡고 있다. 그러나 자영업자 등 생업(生業)의 현장은 "여전히 캄캄한 터널 속을 걷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조선일보

7일 오전 대구지하철 1호선에 마스크를 착용한 승객들이 앉아있다.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50일째인 7일 대구의 신규 확진자는 13명을 기록했다. 한때 확진자 700명을 넘어섰던 최악의 시기를 지나 서서히 코로나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얘기가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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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앞으로의 방역 대책을 '방역 당국 주도'에서 '시민 참여형 방역'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확진자 감소세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대구는 지난 2월 18일 '31번 확진자'를 시작으로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했다. 7일 현재 대구 확진자 수는 6794명으로 국내 확진자의 65.7%다. 2월 말에는 하루 확진자 수가 741명에 달했으나, 이달 들어 환자 증가세가 확연하게 꺾였다. 지난 3일에는 확진자가 9명으로 처음 한 자릿수를 기록한 뒤 5일 7명, 6일·7일 각각 13명에 머물렀다. 지금까지 완치된 사람도 5001명에 달해 완치율이 73.6%에 이른다. 이 때문에 승차 진료형인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도 10곳 중 영남대병원·대구의료원 등 4곳만 남기고 모두 문을 닫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발생 이전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선 시민 수백명이 타고 내리길 반복했다. 하지만 이날 중앙로역에 도착한 지하철에 시민 6~8명이 저마다 6인용 좌석의 양끝에 앉는 식으로 거리를 최대한 벌렸다. 대학생 김모(22)씨는 "지하철을 타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최대한 거리를 두려고 끝에 앉았다"고 했다.

일부 시민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행여 느슨해질까 우려하고 있다. 이날 전국 확진자 47명 중 대구에서 13명이 나온 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경북 봉화에서 재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는 것도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점이다. 김종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은 "무증상 감염이나 해외 유입 가능성으로 유추해 보면 언제든 다시 코로나 대유행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일상으로 복귀하려는 모습이지만, 생업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신음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덮치며 개장 이래 처음으로 전면 휴장했던 대구 서문시장은 이제 100여 점포를 제외한 4500여곳이 문을 열고 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시장통 노점 국숫집 17곳 중 1곳만 영업했으나 이날 오후에는 15곳이 국수를 팔고 있었다. 국숫집 사장 김모(57)씨는 "집에 한 달간 틀어박혀 있었으면 충분히 견딘 거 아니냐"면서 "뉴스를 보니 아픈 사람도 줄어들고 있어 나도 내 국수 좀 팔자는 생각으로 나왔다"고 했다. 2대에 걸쳐 70년 가까이 이곳에서 건어물 가게를 하고 있다는 현풍상회 백진경(56) 사장은 "다시 문을 열었지만 평소 매출의 절반도 되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식당 문을 닫고 포장 판매만 해온 대구 먹자골목들도 문을 열었다. 대구 남구 안지랑 곱창 골목은 27일간의 홀 영업 중단을 끝맺고 지난달 중순부터 60여 점포를 모두 개장했다. 이날 오후 7시 찾은 이곳에는 절반 이상의 점포에 1~2팀 손님들만 앉아 있었고, 드물게 5~6팀이 있는 곳이 있었다. 안지랑 곱창 골목 상가번영회 유태근 회장은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90% 가까이 줄었다"면서 "고정 지출이 최하 수백만에서 천만원 단위인 점포가 많아 다시 일어서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박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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