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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복잡한 계산도 ‘척척’...슈퍼컴 ‘코로나19’ 종식 앞당길 해결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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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백신 개발기간 단축 위해 '슈퍼컴' 활용...인공지능과도 접목

美, 컨소시엄으로 역량 총결집...中, CT촬영에도 활용

한국, 치료후보물질 탐색·역학 시뮬레이션 연구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대유행을 하루라도 빨리 종식시키기 위해 전 세계 각국이 슈퍼컴퓨터까지 동원해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아직까지 백신, 치료제 개발은 동물실험이나 임상 전 단계에 해당하는 신약 후보물질 도출 단계에 있다. 최근 국립보건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 플랫폼 중 하나로 바이러스유사체 기반 백신 후보물질을 제작했고, 호주 모나쉬대 연구진은 구충제를 활용한 세포 실험에서 48시간안에 바이러스를 사멸시킨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러한 후보물질 발굴은 에이즈치료제, 구충제 등 기존에 시판중이거나 임상중인 약물을 재활용하는 ‘약물 재창출’ 연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백신, 치료제 개발을 위한 후보물질 개발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슈퍼컴퓨터가 시간을 앞당기는데 활용되고 있다.

미국은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코로나 19 고성능 컴퓨팅 컨소시엄’을 발족해 백신과 치료제에 활용할 약물을 분석중이다. 현재 IBM, 아마존웹서비스, 구글 클라우드, HPE, 마이크로소프트, 미국항공우주국, MIT,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등이 참여해 보유한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까지 접목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이자 인공지능을 탑재한 IBM의 ‘서밋’을 활용해 화합물 8000종을 대상으로 최종 7종을 선별해 미국 테네시대에서 효능을 검증하고 있다.

또 미국의 인공지능 회사 C3.ai를 중심으로 프린스턴대, 카네기멜론대, MIT,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참여하는 민관 컨소시엄이 발족돼 인공지능, 슈퍼컴퓨터를 통해 코로나19를 치료할 방법을 찾고 있다. 중국도 슈퍼컴퓨터 톈허로 코로나19 진단용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구동시켜 우한병원 등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폐 사진을 보고 감염여부 판정에 활용하고 있다.

왜 슈퍼컴인가...빅데이터와 빠른 연산, 시뮬레이션으로 시간 단축

일반적으로 슈퍼컴퓨터는 연산처리 속도가 세계 500위안에 해당하는 컴퓨터를 지칭한다. 슈퍼컴퓨터는 빅데이터를 빠르고, 장기간 처리할 수 있다. 그동안 국방, 우주, 재난 등 국가 안보 분야에서 활용됐지만 바이오, 신소재 등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슈퍼컴퓨터에 관심이 높은 이유는 신약개발에 필요한 개발기간을 단축하는 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이가 심한 바이러스 특성상 제때 맞춰 백신이나 치료제가 공급돼야 한다. 슈퍼컴퓨터는 몇개월이나 수년이 소요되는 시뮬레이션을 빠르게 진행해 감염병 확산 경로 예측, 바이러스 구조 이해, 치료후보물질 탐색 등에 쓰이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먼저 바이러스의 구조를 이해하고, 백신이나 치료제에 활용할 후보물질을 찾아야 한다. 일반적인 신약 개발에서는 이 과정이 수개월 또는 수십년 이상 소요된다. 후보물질을 연구자가 하나씩 실험하면 비용과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면 우리 몸의 특정 세포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확인하고, 세포 반응을 시뮬레이션으로 미리 예측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가령 ‘서밋’은 149페타플롭스급 실측 성능을 갖췄다. 1페타플롭스는 1초당 1000조번의 연산 처리가 가능하다는 의미인데 전 세계 70억명이 420년 투입해야 하는 계산을 1시간 만에 해낼 정도로 빠르다. 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박사는 “슈퍼컴은 감염병 역학조사, 항체 시뮬레이션, 치료제 후보물질 탐색을 통해 생명공학자와 의학자가 최종 판단하기 전 단계에서 컴퓨팅 자원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목표로 하는 단백질 3차원 구조나 구성성분, 후보물질 탐색 등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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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연구자들이 슈퍼컴퓨터를 통해 분석한 자료들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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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관, 기업들도 후보물질 도출, 바이러스 침입 억제제 개발에 슈퍼컴 활용

국내 기관, 기업에서도 코로나19에 슈퍼컴퓨터를 속속 활용하고 있다. 신테카바이오는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을 결합해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 30종을 도출했다. 회사는 후보물질의 효능 예측 결과 검증을 거쳐 유효한 물질들의 특허 출원과 영장류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을 활용해 프로테아제 억제제 후보 약물을 탐색하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프로테아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투해 바이러스를 복제하는 데 활용하는 효소인데 이를 억제할 물질을 찾고 있다.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은 “2주 전부터 누리온을 활용해 프로테아제 억제제 탐색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약 2만여종의 약물을 대상으로 40~50개의 후보물질을 빠르게 선별중이다”고 말했다.

황 본부장은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면 수천종에서 수백만종에 달하는 화합물을 시험관 내 실험을 통해 직접 후보약물을 탐색하는 것에 비해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면서 “동물실험, 임상실험에 앞서 신약후보물질을 빠르게 선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앞으로도 ‘코로나19’ 관련 활용도가 국내외에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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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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