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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대한항공 휴업 결정한 날, 검찰은 이명희에 징역 2년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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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thel]

직원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해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하면서, 1심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 전 이사장측은 폭행과 폭언 등 사실관계는 전부 인정했지만, 법리적으로 △폭행의 상습성 △위험한 물건(상해 수단) △상해 등 3가지 부분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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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적으로 직원들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고(故)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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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적 폭행인가, 우발적 폭행인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부장판사 권성수·김선희·임정엽)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는 검찰 구형에 앞서 이 전 이사장측이 신청한 3명의 증인에 대한 신문이 진행됐다.

이씨는 2011년 1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운전기사 등 9명에게 22차례에 걸쳐 소리를 지르며 욕하거나 물건 등을 집어던져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이사장은 우선 상습적 폭행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을 2년 가까이 진료한 정신과전문의 정모씨를 첫번째 증인으로 불렀다. 이 전 이사장이 우울증을 앓아왔고 충동조절장애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우발적 폭행'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때때로 혹은 습관적으로 주변상황과 비례하지 않는 충동조절장애가 있었나" "이런 행동 유형은 본인 자신은 물론 타인이 철두철미하지 못하고 실수하면 분노하고 반복시 감정 조절을 못해 폭발하는 경우가 있나"고 물었고, 정씨는 전부 "네"라고 답했다.

특히 변호인은 최후변론을 통해서도 "폭행 행위가 과연 상습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2012~2014년 부군인 조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로 바쁠 때 함께 도왔고 그 상황에서 평창동 자택 신축공사 감독을 해야하는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그런 상황에서 업무처리에 화가 나 어느 정도 우발적으로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폭행이) 몇차례 간헐적으로 이뤄졌다"면서 "또 지나치게 완벽주의적 기조와 성향을 가진 상태에서 (타인이) 거짓말하거나 약속을 어기는 상황을 보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소리지르고 행동한다는 점을 잘 살펴봐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남편인 조 회장의 운전기사로 일한 이모씨와 경비원으로 근무한 심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모씨는 자신이 다리를 다쳐 사직하려 했을 때 비어있는 구기동 자택에서 근무하면서 치료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금일봉을 줬으며 제주도로 가족여행까지 보내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전 이사장이 야단을 칠때 "워낙 사모님(피고인) 목청이 크니까 그럴 수 있는데 저는 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증언하는 등 평소 위협적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피해자인) 경비원과 운전기사로부터 '폭행당했다'는 하소연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검찰측 반대신문에서 "(피해자들과) 평소 잘 아는 사이는 아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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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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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대·전지 가위·화분, '위험한 물건'일까 아닐까

법리적으로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이 전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던진 물건이 대법원 판례상 '위험한 물건'에 해당되는지 여부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직원 9명에 대한 상해 정도와 상해를 가한 물건에 대해 설명하거나 직접 사진을 제시하는 등 꼼꼼하게 혐의를 짚어나갔다.

특히 이 전 이사장이 직원 이모씨에게 던진 '밀가루 밀대'에 대해 "피고인은 딱딱한 나무재질로 된 밀대를 피해자 얼굴을 향해 멀리서 던져, 성질이나 용도에 비춰보면 대법원에서 인정하는 위험한 물건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또 조경업무를 하고 있던 직원 강모씨에게 던진 철제 전지가위 역시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봤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은 '빨리 못하냐, 느려 터져서'라며 전지가위를 던졌고 가위가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혀 중지 손가락 길이 정도로 날이 부러졌다.

직원 하모씨와 이모씨에게 던진 사기로 된 화분 역시 위험한 물건으로 봤다. 검찰은 이 전 이사장이 자신의 생일날 온 난 화분을 직원들이 안으로 들여 놓지 않았다며 소리를 지르며 던졌고, 이를 이모씨가 주워 가져다주자, 또 다시 바닥을 향해 화분을 던져 깨뜨려 파편과 흙이 직원들 발에 튀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전 이사장 측은 "사람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 바닥이나 옆에 던졌다. 신체나 생명에 위협을 가하지 않아 위험한 물건으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밖에도 상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대법원에서도 상처가 경미하다거나 치료가 필요없다거나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자연 치유된다면 상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면서 "법리적으로 살펴봐달라"고 재차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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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계류장에 대한항공 여객기들이 멈춰 서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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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서 눈물로 호소, 대한항공은 '휴직 결정'

검찰은 이 사건을 전형적인 '갑을관계 폭행' 사건으로 규정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피고인이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를 상습 폭행한 사건"이라며 "운전기사와 경비원 등 자택 종사자는 피고인 지배하에 있는 사람들로 욕설과 폭행을 참았던 이유는 생계를 위해 일을 그만둘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 전 이사장측은 피해자들과 원만히 합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최근에 모든 합의를 마쳤다"면서 "진심을 보여주고 손편지를 쓰고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피해자 모두 처벌불원서까지 써줬다"고 말했다.

이 전 이사장은 눈물로 거듭 호소했다.

그는 "진정으로 사과드리고 많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면서 "내일(8일)은 남편 조 회장이 사망한지 1주기가 되는 날"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는 감정이 복받치는 듯 울먹거렸다.

이 전 이사장은 "경찰과 검찰의 조사가 시작되며 저는 살아있어도 사는게 아니었고 회장이 돌아가시고 나서는 '빨리 죽어버리고 싶다'는 나쁜 생각도 했다. 저의 이런 상황을 판사님들이 가엾이 여기시고 선처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일요일에 영종도에 갔는데 대한항공 비행기 92%가 모여있어 거대한 호수같이 보였다. 저희 아이들도 전전긍긍하고 있고 저도 또 다른 걱정에 잠을 이룰 수 없다. 남은 생애동안 아이들 아우르며 좋은 일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휴업을 결정했다.

이미호 기자 be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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