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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정말 해지하시게요?” 코로나 본격화 후 예·적금 해지 13조원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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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보다 33% 급증…2금융권 대출·보험 해약도 늘어

경향신문

그래픽 | 성덕환 기자


코로나19 확산 이후 예·적금을 깨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소득 악화에 따라 생계자금 등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손해를 보면서도 중도 해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에 대한 정부의 자금 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2월20일부터 4월3일까지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IBK기업 등 6개 은행의 ‘예·적금 중도 해지’ 건수는 총 113만2294건이고, 액수는 12조7519억원이다. 1년 전 같은 기간 91만1634건, 9조5560억원에 비해 건수로는 22만660건(24.2%), 액수는 3조1959억원(33.4%)이 늘었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2월20일 전후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예·적금 중도 해지 규모가 1년 전 같은 기간 17만2521건, 1조7068억원에서 올해 20만4476건, 2조3877억원으로 각각 19%, 40% 늘었다. 국민은행은 21만8900건, 3조4000억원에서 24만7200건, 4조4514억원으로 각각 13%, 31% 늘었다.

예·적금을 중도에 해지하면 애초 약정한 이자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 통상 약정 금리의 절반에 그치거나 만기 때 받을 수 있는 우대금리도 포기해야 한다. 적금 해지는 향후 불입능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가입자가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사정이 어려워진 가계가 그만큼 늘고 있다는 의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규제 강화 등을 감안했을 때 예·적금 해지로 확보한 자금은 생계나 사업자금으로 급하게 쓰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적금을 중도에 해지하면 통상 만기 때 받을 이자의 50~70%밖에 받지 못한다”며 “예금의 경우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해지하는 것보다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우선 급한 대로 쓰고 만기를 채워 원래 약정했던 이자를 받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실제 예·적금을 담보로 한 대출액도 증가 추세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3월 한 달간 예·적금 담보 대출은 5145건, 487억원이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 8295건, 965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비교적 고금리인 2금융권 대출도 늘고 있는 추세다.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긴급자금 대출은 지난 2월부터 지난달 10일까지 103억원이었으나, 같은 달 11일부터 이달 3일까지는 총 155억원이 집행됐다. 새마을금고의 일반대출 금리는 3%대 후반∼4%대 초반으로 공적기관의 초저금리(연 1.5%) 긴급자금 대출보다 금리가 비싸다. 보험의 해약 사례도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간 3대 생명보험사와 5대 손해보험사의 해약환급금은 2조33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9560억원보다 19% 늘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적금 해지는 가계가 손쉽게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수단이긴 하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자금 마련이 어려워진 가계의 경우 부동산 등 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금융지원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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