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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유니콘 후보’도 전시 태세…센드버드 CEO ”코로나 불황 최소 18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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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이던 투자자들 매주 경보 울려
기업 매출은 양극화
스타트업은 장기 생존 계획을 세울 때
명확한 소통 중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불황이 18~24개월까지 갈 수 있어요. 전시(war time)에는 단호한 결정과 명확한 소통이 생존을 가를 것입니다."

조선비즈

김동신 센드버드(Sendbird) 대표가 화상 인터뷰에서 코로나 불황의 여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류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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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신 센드버드(Sendbird) 대표는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실리콘밸리는 실업이 크게 늘어나는 등 사실상 불황에 접어들었다"면서 "스타트업들은 최악의 상황을 감안한 생존 계획을 마련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 마테오에 본사를 둔 센드버드는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한국 기업 중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 비상장 기업) 후보 1순위로 꼽힌다. 야후, 고젝, 넥슨, 국민은행 등 다수 기업들이 센드버드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채팅 서비스를 만든다. 센드버드 소프트웨어 기반의 채팅 서비스 이용자는 월간 1억명에 달한다. 센드버드는 김 대표가 창업한 3번째 회사다.

김 대표가 지난해 1억200만 달러(1200억원)에 달하는 시리즈 B 투자(통상 두 번째 투자 조달)에 성공하고도 선제적인 대응의 목소리를 내는 데는 투자자 및 고객사의 상황을 매일 접하면서 각종 위기 신호를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 1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자택 격리 명령을 내린 후 센드버드도 자택 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그는 "사무실 복귀 시기는 현재로서는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우선, 김 대표는 "투자자들이 서로 센드버드에 투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벌였던 지난해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센드버드의 주요 투자자들이 ‘돈을 적게 써라’ ‘사람을 추가로 뽑지 마라’ ‘정리해고는 서둘러라'와 같은 메시지를 거의 매주 반복적으로 보내온다"고 말했다.

미국 코로나 확진자수가 급증한 지난달 중순부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의 다우지수와 S&P500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벤처 투자자들의 심리도 얼어 붙은 것이다.

그는 "센드버드의 기업 고객 상황은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 업종의 경우 매출이 급감했고 매출이 80%, 심지어 100% 사라진 회사도 있다"면서 "반면, 채팅 앱을 만들고 싶다는 온라인 교육 기업이나 헬스케어 기업의 문의는 빗발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실물 경제가 제대로 안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2008년 금융 위기와 가장 구별되는 점으로 꼽았다. 그는 "2008년 금융 위기는 집 담보 부실 대출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기업들의 매출 자체가 망가진 것은 아니었다"면서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된 후에도 바이러스에 대한 트라우마가 한동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 경영자들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면, 한번에 과감하게 내려야 한다"면서 "여러 번에 걸쳐 조금씩 비용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면 직원 사기만 저하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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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디(Roundee)/라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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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위기가 고조된 상황 속에서 ‘줌(Zoom)’과 유사한 화상 회의 서비스를 만드는 한국 스타트업 라운디(Roundee)를 3월 31일 최종 인수했다. 김 대표는 "채팅 수요가 문자에서 음성, 영상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해서 사업의 우선 순위를 재조정하면서도 화상 회의 기업의 인수는 예정대로 추진했다"고 말했다. 센드버드는 화상 회의 스타트업 1000여개를 조사하고 인수 후보군을 좁혀 지난 3월부터 라운디와의 인수 협상에 들어갔다. 센드버드는 이 회사의 기술력을 이용한 다자간 화상 채팅 소프트웨어를 개발, 올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코로나가 사람들의 의사소통을 디지털 기반으로 빠르게 바꾸고 있기 때문에 센드버드에는 기회도 열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섣부른 행동을 자제하고 전시 체제의 CEO가 되려고 합니다. 진정성 있는 도움을 주지 않으면 고객들이 저희를 꾸준히 찾지 않을 겁니다. 나쁜 소식에 과잉 반응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직원들과의 명확한 소통도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봐요."

류현정 = 실리콘밸리 특파원(dreamsho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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