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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美 '코로나19 최악의 날'…트럼프 행정부는 '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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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경기부양 '워치독' 감찰관 대행 경질해 논란

WHO에도 노골적 공격…"중국 중심적"

'인명 피해 경고 메모' 논란에는 "못 봤다"

뉴시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정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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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난영 기자 =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국면 이후 '최악의 날'을 맞았다. 7일(현지시간) 하루 동안에만 18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혼란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냈다.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정례 기자회견에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의 '대규모 인명 피해 경고' 메모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앞서 미 언론은 나바로 국장이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본격화 전인 1,2월에 경고 메모를 작성했다고 보도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그가 팬데믹(Pandemic·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에 관한 메모를 썼다는 얘기는 들었다"면서도 "나는 못 봤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초기 부실대응 논란 재촉발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중하순까지도 미국 내에선 코로나19 위험성이 높지 않다며 낙관론을 폈었다. 그렇기에 그가 나바로 국장의 메모를 봤다면 위험성을 알고도 국민들에게 올바르게 전달하지 않은 셈이 된다.

메모 논란에 관해 '모르쇠'로 답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적절한 초기 대응을 했었다는 항변도 내놨다. 중국 및 유럽발 여행객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 등이 효과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나는 기본적으로 메모에 쓰인 대로 행동했다", "그 메모는 꽤 괜찮았다"라면서도 "아직 메모를 못 봤고 추측하는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혼란은 메모 논란에서 그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도 내놨다. 그는 트위터에서 WHO를 겨냥해 "미국에서 대체로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아직도 중국 중심적"이라고 했다.

또 백악관 회견에선 WHO가 초기 국가 간 여행 제한에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는 점을 겨냥, "우리가 여행길을 닫지 않았다면 수십만명의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코로나19 위험 경시에 관한 직접적 질문에는 "나는 이 나라의 치어리더"라며 "충격으로 인한 혼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라고 항변했다. 또 "나는 치어리딩을 하면서도 중국 등 지역에 대해 문을 닫았다"고 강조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친중 성향이라는 논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WHO를 비난하며 자신의 여행 제한 조치를 자랑하는 발언을 함께 했다는 점에서 '초기 대응 미비' 비난을 돌리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한편 이날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경기부양 지출 감독을 지휘하기로 했던 글렌 파인 국방부 감찰관 대행을 전격 교체했다는 논란을 대대적으로 다뤘다.

파인 대행은 지난달 말 경기 부양 지출을 감독할 '팬데믹(Pandemic·세계적 전염병 대유행) 대응 책임위원회' 위원장으로 추천됐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경질하고 부감찰관 신분으로 돌려보내면서 위원장 자격을 잃게 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 감시 기구에 대해 인사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이 불거졌다. 아울러 이번 경질로 지난 3일 이뤄진 마이클 앳킨슨 감찰관 경질도 재조명됐다. 앳킨슨 감찰관은 우크라이나 스캔들 내부고발을 받아준 인물이다.

아울러 이날 백악관의 '얼굴'인 대변인 교체도 이뤄졌다. CNN에 따르면 스테퍼니 그리셤 대변인이 떠난 자리는 케일리 매커너니 신임 대변인이 채우게 됐는데, 그는 지난 2월 말 트럼프 대통령을 극찬하며 "코로나19 같은 질병은 이곳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던 인물이라고 한다.

존스홉킨스대 코로나19 확산 지도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 내 누적 확진자 수는 39만8785명, 사망자 수는 1만2893명이다. 미 언론들은 이날 하루 동안에만 18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특히 '핫스폿'인 뉴욕시에서 8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에 비통해한다고 언급했지만, 기자들과 충돌하는 격렬함과 터무니없는 주장에 관한 장황한 설명은 단 하루 동안 1800명 이상이 사망한 인간적인 비극의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imz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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