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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혼란'지원금 된 '재난'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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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앤워치-정세균 총리 "고소득자 환수 전제시 보편지급"]

洪 "지원금 과세 안한다" 했는데

정부 내부도 지원안 놓고 엇박자

자칫 '연말정산 대란' 재연 가능성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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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소득 하위 70%에 가구당 최대 100만원(4인 기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자는 포퓰리즘이 확산되면서 일각에서는 고소득자에게 내년 세금을 통해 일부를 ‘선별환수’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8일 기자들과 만나 “고소득자 환수 전제 시 보편지급이 가능하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는 ‘선(先) 100% 지급, 후(後) 고소득자 환수 방안’을 검토한 후 불가능하다고 내부적인 결론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일부에서 요구하는 세금을 통한 고소득자 선별환수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원금 과세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데다 가구당 현금성 지원을 하면서 인별 과세 형태인 세금으로 돌려 받는 것이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청와대가 조율은커녕 전 국민 확대에 대한 여지를 열어두고 미묘한 기류변화를 보이는 사이 지원금을 둘러싸고 정부 내부에서조차 엇박자를 보인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된다.

기재부는 모두에게 지원금을 나눠주고 차후 세금으로 걷자는 제안은 현재 건보료 기준을 놓고 불거진 자영업자와 1인 가구, 맞벌이가구 등의 불만을 뒤로 미룰 뿐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지원금을 환수하기 위한 조항이 없어 새로 만드는 과정에서 과거의 ‘연말정산 대란’ 같은 반발이 불 보듯 훤한 까닭이다. 일부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연말정산 시 기본공제 항목을 삭제하는 방안이나 종합소득 신고 시 과세 대상 소득에 재난지원금을 2~3배 가산해 반영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나 이는 전례 없을 뿐만 아니라 지원금과 별개인 소득을 바탕으로 돌려받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각 세목이 법에 명시된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즉 지원금 환수를 위한 근거를 단 한 번의 시행을 위해 법률 또는 부담금(준조세)으로 신설해야 한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긴급재난지원금도 국가로부터 받는 보조금이기 때문에 과세 대상 소득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며 별도 과세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말정산을 통한 환수방안은 근로소득자만 해당되므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민의 40%가량은 면세자여서 소득세를 내지 않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고소득자 지원후 환수...‘조삼모사’ 정책일뿐

차후 일정 계층 이상 환수하려면

최근 건보료 기준 논란 되풀이 우려

준조세 형태땐 대상자 저항도 클듯

굳이 과세한다면 기타소득(세율 8%)으로 분류해 내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시 일정 요건 이상에 대해 지원금 100%를 원천징수 하는 법안을 새로 제정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차후 일정 계층 이상에 대해 환수하려면 또다시 최근의 건보료 기준 논란과 유사한 일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어 현재의 갈등을 차후로 미룰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구당 지원금을 지급하는데 개인별로 내는 세금으로 거둬들이면 기준 수립 자체가 모호해지는 허점이 발생한다. 설계방법에 따라 지원금 이상을 토해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익명의 조세전문가는 “특정 기준에 따라 거둬들이기는 힘들며 오히려 지원금과 별개로 납세자에게는 증세로 다가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소득자 환수 주장이 13조원(가구당 100만원)에서 25조원(1인당 50만원)의 재정 출혈을 최소화하기 위한 취지라고는 하나 일종의 외상 개념이어서 당장 올해는 적자국채 발행 또는 기존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 과세가 아닌 준조세 형태일 경우 대상자들의 저항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재난지원금이 졸속으로 만들어지면서 마치 내년에 걷으면 된다는 식인 일종의 립서비스가 난무하고 있다”며 “법적으로 상당히 무리하고 모순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정 총리는 정치권의 100% 지급 주장에 대한 견해를 묻자 “정부 입장은 70%에게 주자는 것”이라면서도 “고소득자에 대한 것(지원금)을 환수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면 보편적으로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홍 경제부총리는 이날 “긴급성, 형평성, 재정 여력을 감안해 긴급재난지원금 기준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며 “정부는 발표 기준에 따라 세출 구조조정 작업을 포함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작업을 하고 있고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그는 “약속대로 전액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충당할 것이며 다음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청와대가 이 문제에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긴급재난지원금 100% 지급과 관련해 청와대에서는 이미 기류변화가 감지됐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 7일 이 문제의 결론은 ‘국회의 몫’이라는 유보적 입장을 취하면서 지급 대상 확대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 당초 50% ‘선별적 지원’을 주장했던 대통령 경제참모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목소리 역시 사라진 상태다. 당정청 간 격론 끝에 기존 안이 확정되고 문재인 대통령이 “재정 여력을 최대한 비축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던 것이 정치논리에 묻혔다.

한편 정부는 건강보험료 기준 소득 하위 70%에 4인 가구 기준으로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재원은 총 9조1,000억원이며 이중 중앙정부가 7조1,000억원을 부담한다. 당정은 소비진작 효과 극대화를 위해 지원금 ‘일몰 기간’을 3개월로 설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모든 국민에게 가구당 100만원을, 미래통합당은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을 나눠주자고 제시하며 혼란만 계속되는 모양새다.
/세종=황정원기자 윤홍우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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