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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코로나 현장 '3D 업무' 로봇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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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의료인력 감염 피해 늘자

韓·美·中·유럽 병원 로봇 투입

약 전달서 수술실 살균까지 척척

환자-의료진 접촉줄여 안전 확보

로봇 활용한 원격진료 서비스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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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맞아 병원 3D(단순하고·dull,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의료진의 연쇄 감염 피해가 늘면서 일부 병원에서 환자에 대한 음식과 약품 전달, 문진, 병원 소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로봇은 원격진료 서비스에도 일부 쓰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바이러스가 먼저 확산된 중국에서부터 로봇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광둥성인민병원의 경우 지난 2월 말부터 ‘핑핑’과 ‘안안’이라는 로봇이 격리된 감염 환자들에게 약품을 전달하고 의료기구를 나르고 침대 시트를 수거했다. 의료진과 환자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병실 상황도 영상으로 의료진에 전달한다.

단파장 자외선(UV)을 쏘아 병실과 수술실의 바이러스와 세균을 없애는 덴마크의 UVD로봇도 2월부터 중국 병원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2018년 개발된 이 로봇은 자율주행차 개념으로 레이저 장애물 탐지 기술 등이 적용돼 있다.

중국 우한의 우창병원은 한 스포츠센터를 개조해 지난달 초부터 약 200명의 감염자에게 로봇을 이용, 음식과 약을 제공하고 청소를 한다. 의료팀은 이 로봇을 통해 환자와 소통한다. 항저우의 한 호텔은 로봇이 격리된 투숙객들에게 음식을 배달하며 노래를 불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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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을 통해 바이러스 검체 채취도 시도하고 있다.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 연구팀은 로봇의 팔에 붙은 면봉으로 목 안의 검체를 채취하고 내시경으로 기관지도 살펴본다. 우선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80회 정도 실험한 결과 목구멍에 염증이나 상처를 내지 않고 검체 채취에 성공하는 비율이 95%에 달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의료팀은 원격으로 로봇을 조종하면 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중국 베이징 상디병원에서는 최근 로봇이 온라인으로 문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약 처방도 제안한다. 물론 복잡한 질환은 로봇이 병원 의사에게 원격으로 연결한다. 알리바바는 환자의 폐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을 분석해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AI 진료 시스템을 개발해 병원에 보급하고 있다. 96%의 정확도로 20초 만에 영상을 분석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미국 병원에서도 로봇이 활약한다. 워싱턴주의 ‘프로비던스메디컬센터’는 중국 우한에 있다 온 환자에게 로봇이 의사를 도와 청진기로 환자를 검진하고 스크린을 통해 환자와 소통했다. 미네소타주 메이오클리닉병원은 드라이브스루 장소에서 채취한 검체 샘플을 운반하는 자율주행 셔틀을 배치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증상이나 위험 요인, 행동 요령 등을 알려주는 ‘헬스케어봇’을 개발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사용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바이러스 거점인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서콜로병원은 최근 병실을 돌며 환자 상태를 의료진에 전달하는 로봇을 배치했다. 환자들은 로봇 얼굴을 접촉해 필요한 말을 녹음한 뒤 의사에게 보낸다.

국내에서도 서울대병원이 지난달부터 열화상카메라로 방문객의 열을 재고 간단히 문진하는 로봇을 가동했다. 서울의료원에서는 살균, 체온 측정, 의류와 의료폐기물 운반 로봇의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다만 로봇이 팬데믹에 대처하기 위해 국내외 병원에서 실제 효과를 발휘하려면 AI를 활용한 로봇 기술이 좀 더 진화해야 한다. 인간을 대체할 정도의 수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돌에 걸리면 동작을 멈추기도 하는 자율주행 로봇의 성능도 향상하고 로봇 배터리도 쉽게 방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015년 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확산됐을 때도 미국은 원격진료와 오염제거, 물류, 격리환자 관리에 로봇을 활용하려 했으나 기술적 한계 등으로 하지 못했다.

의료로봇 전문가인 양광중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교수는 최근 스펙트럼지와의 인터뷰에서 “중환자실에서 로봇이 의료진의 업무를 크게 줄이며 환자도 많이 회복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감염병 사태에 대비한 로봇 정책 수립과 함께 로봇업계와 의료계 간 소통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원격의료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감염병 환자 돌봄을 본격적으로 구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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