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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정경심 딸 표창장·인턴확인서 모두 '비(非)일반적'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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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형사재판에는 동양대 교원인사팀장 박모씨와 이광렬 전 KIST 기술정책연구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씨는 이날 동양대 표창장 발급과 관련해 증언을 했고, 이 전 소장은 정 교수 딸의 인턴 확인서 발급 과정에 대해 진술했다.


이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표창장은 학교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직인이 아니었고, 인턴확인서는 내용 확인 없이 발급됐다는 취지였다.


동양대 직원 "스캔파일 안 쓰고 도장 찍는다" = 박씨가 증인으로 나온 이 사건의 오전 공판에서는 정 교수의 통화 녹취 음성이 재생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동양대 표창장 위조 문제가 불거진 작년 9월5일 정 교수와 박씨 간 통화 내용이었다.


검찰은 정 교수가 표창장 직인의 날인 과정을 확인하는 점 등을 미뤄 표창장을 위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이 통화 내용을 증거로 제시했다.


다음은 통화 내용 중 일부


정 = 총장님 직인있잖아요, 상장에 찍을 때 어떻게 찍어요?

박 = 대장에 기재를 하고 상장 용지에 직인을 찍습니다.

정 = 그러니까 이럴 가능성은 없는거죠? 인터넷으로 이미지를 구해서 엎어서 찍거나 그럴 순 없겠죠?

박 = 직원이나 누가 악의적으로 직인 대장의 도장을 스캔해서 얹으면 할 순 있겠죠. 포토샵 같은 걸로 해서요.

정 = 진짜요?

박 = 만져보면 아는데... 빨간색 인주로 찍는데 문질러보면 지워지지 않습니까? 저희는 칼라 프린트로 총장님 명의가 나가는 게 절대 없어요.

정 = 이상하네

박 = 지금 뭐 어떤 것 때문에 그러시죠?

정 = 집에 수료증이 있는데 민(조국·정경심 부부 딸)이한테 '인주가 번지는지 봐라' 이렇게 물어봤는데, 안 번진다고 그래서요.

박 = 아... 지금 저희가 나가는 모든 상장은 인주로 된 도장을 찍어서 나갑니다.


통화 중에는 정 교수가 "다른 교수들도 직인을 스캔해 사용한다는 데 다행이다"라고 말하자 박씨가 "일반 행정부서에서는 스캔파일을 쓰지 않고 도장을 찍는다"고 재차 설명하는 내용도 있었다.


박씨는 이날도 검찰이 "당시 총장 직인의 스캔파일이란 존재를 정 교수로부터 처음 들어봤나"라고 묻자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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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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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위조했으면 인주 번짐 물어봤겠나"= 정 교수 변호인도 이어진 반대신문에서 통화 내용을 언급했다.


변호인은 박씨에게 "인주가 번지는 것에 대해 정 교수가 증인에게 계속 물어보고 확인을 구했다는 취지로 검사가 질문을 했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이에 박씨는 "정 교수의 집에 안 번지는 수료증이 있다고 해서 스캔으로 뜬 상장이 발급됐는지를 확인한 것 같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그러자 "만일 정 교수가 위조했다면 증인에게 번짐 여부를 물어볼 필요가 없지 않느냐"라며 반박했다.


정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하지 않았고, 순수하게 스캔파일 존재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박씨에게 질문했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변호인은 또 다른 증인 임모씨의 진술을 빌려 동양대 졸업장에 쓰는 직인 스캔파일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총장 직인 스캔파일이 사용된 영문 상장을 반박 증거로 제시했다.


박씨는 "대량 생산을 해야 하는 졸업장에만 쓰는 디지털 스캔 파일이 있다고는 들은 적이 있다"면서도 "영문 상장에 사용된 직인이 스캔파일인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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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의 당부 "표창장 관련 입장 분명히"=재판부는 박씨에 대한 양 측의 증인신문이 끝난 뒤 "피고인 측이 표창장 발급에 대해 어떤 주장 없이 신문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핵심 쟁점은 정 교수가 표창장 위조 행위에 대한 관여 여부인데, 이에 대한 당사자의 입장이 없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정 교수 측에 "위조에 관여하지 않은 표창장을 단순히 전달받은 것인지, 아니면 총장이 직접 직인을 찍지 않아도 어학교육원이 발급할 수 있다는 묵시적 승낙이나 전결위임 규정에 따라 피고인이 직접 표창장을 발급했다는 것인지, 입장을 밝혀달라"며 "입장을 밝혀야 증거조사를 하면서 위조 여부를 판단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엔 두 건으로 병행 심리되는 동양대 표창장 위조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입증 계획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이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로 정 교수를 지난해 9월 처음 기소한 사건 공소사실과 공소장 변경 불허 이후 추가 기소한 사건 공소사실에 현저한 사실관계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재판부는 "범행일시, 방법, 장소 등이 다른데 입증에 있어서 사실은 하나일 수밖에 없다"며 "어떤 방식으로 입증계획을 세우실 것인지 분명하게 밝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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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전 소장 "정경심 부탁에 확인서 써줬다"=오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소장은 "정 교수 부탁을 받고 딸의 인턴확인서를 발급해줬다"는 취지의 법정 진술을 했다.


이 전 소장은 정 교수의 초등학교 동창으로 2012년 정 교수의 부탁을 받고 딸이 KIST 분자인식연구센터장을 지낸 정병화 교수의 연구실에 인턴으로 일할 수 있도록 소개한 인물이다.


이후 정 교수 딸이 이틀만 근무했음에도 3주간 근무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이메일로 발급해줬고, 이 확인서는 정 교수 딸의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활용됐다.


이 전 소장은 "정병화 교수로부터 인턴십 확인서를 작성해주겠다는 승낙을 받거나 내용을 확인받지 않았다"며 "친구인 정경심 교수가 부탁하길래 믿을만하다고 생각해서 그냥 써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전 소장은 "(해당 증명서는) 개인적 서한에 불과하다"며 "공식적인 증명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3년 딸의 의전원 지원을 앞두고 이 전 소장이 보내준 확인서를 정 교수가 다시 수정해 입시에 활용한 점에 대해서는 "사전 승낙이나 사후 승인도 없었다"며 "괘씸하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의전원 입시에 제출된 확인서 수정본에는 '주 5일 일 8시간 근무, 총 120시간', '월~금 9-6', '성실하게'라는 문구가 추가돼 있다.


정 교수 측은 이어진 반대신문에서 이 박사의 기억이 불분명하므로 증언 또한 신뢰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변호인은 "기억이 안 나니까 확인서 수정 여부를 사전 승낙하거나 사후 승인해준 사실이 없다고 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 교수 측은 또 정 교수의 딸이 KIST 내부 분란으로 나오지 말라고 해서 나가지 않은 기간과 공식적으로 사전에 양해를 받아 케냐에 다녀온 기간이 연수 기간에 포함되는 만큼 3주로 적힌 인턴십 확인서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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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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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정경심 부부, 한 법정서 재판 확정= 조 전 장관, 정 교수 부부가 한 법정에 서게 됐다.


재판부는 이날 "(정 교수가 각각 기소된 두 사건을) 병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이번 결정은 정 교수 측이 그간 "부부가 한 법정에 서는 것은 망신 주기"라고 반발해 왔는데 정작 거기에 필요한 절차를 취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정 교수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정 교수 측에 "21부 사건 중 정 교수에 대한 부분은 병합을 희망하면 오는 3일까지 형사합의 21부와 본 재판부에 각각 병합 신청서를 내 달라"고 요구했다.


정 교수가 원하면 조 전 장관이 함께 기소된 아들 입시 비리 관련 부분은 따로 떼서 정 교수 재판부에서 심리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 교수 측은 재판부가 정한 시한까지 병합 신청서를 내지 않았고, 이날 재판부가 병합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한때 분리·병합을 검토했떤 정 교수 사건 일부는 조 전 장관의 사건을 맡은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에 그대로 남게 됐다. 조 전 장관 부부는 함께 같은 법정에 서게 될 전망이다.


앞서 정 교수는 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로 지난해 11월 기소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정 교수는 그해 12월 남편인 조 전 장관이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재판에 남겨질 때 같은 혐의로 추가 기소됐고, 이 사건은 같은 법원 형사합의21부에 배당됐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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