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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항체 있으면 '면역증' 준다? 유럽, 코로나 출구전략으로 항체검사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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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6일 독일 베를린 한 병원 의료진이 사용한 신종 코로나 진단기구를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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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항체가 형성된 사람들에게 '면역증(immunity passports)'을 발부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자.'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회복된 사람들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항체검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멈춰선 시민들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서다.

보도에 따르면 이런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곳은 독일이다. 독일의 민간 연구소들은 최근 신종 코로나 감염 검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대규모 항체 검사를 시작했다. 항체 검사는 사람들의 혈액 샘플을 분석해 특정 항체가 형성됐는지 확인함으로서 감염 및 면역성 여부를 확인하는 진단검사다.

독일 헬름홀츠 감염연구소의 제라드 크라우제 박사는 WP에 독일인 약 10만명에게 신종 코로나 항체검사를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이미 검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항체검사를 진행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신종 코로나에 걸렸으며 회복돼 면역력을 갖게 됐는지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목표다.

독일 IFLb 연구소도 요즘 매일 500건의 정기적인 신종 코로나 검사 외에 70건의 항체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본 대학도 신종 코로나로 피해가 큰 하인스베르크 지역에서 1000명을 대상으로 항체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영국 보건 장관 "코로나 면역증 발급 검토"



이탈리아 일부 주(州)정부도 의료진들을 대상으로 한 항체검사를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에 면역력을 갖춘 의료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외신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로 큰 피해를 입은 베네토주와 에밀리아-로마냐주는 의사와 간호사를 대상으로 항체검사를 해 면역력을 갖춘 이들에게 '면역증'을 발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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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 회복된 매튜 핸콕 영국 보건사회부 장관이 8일 영국 런던의 총리 관저를 나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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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토주에서 항체검사를 관리하는 마리오 플레바니 파두오대 교수는 "이미 보건분야에 근무하는 직원 3000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했고, 곧 요양원 직원들도 검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밀리아-로마냐주 보건당국도 지난 6일부터 의사와 간호사, 요양원 직원을 대상으로 항체검사를 시작했으며 15일 안에 10만명을 검사할 계획이다.

영국도 항체검사를 통한 면역증 발급을 검토 중이다.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 회복된 매튜 핸콕 영국 보건사회부 장관은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질병에 걸렸던 사람들이 가능한 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이들이 면역력을 갖게 되었음을 증명하는 '면역증' 발급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증명서는 팔찌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면역력 얼마나 지속될 지 알 수 없어"



이런 항체검사는 신종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기 전, 누가 면역력을 갖췄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세계의사회 프랭크 울리히 몽고메리 의장은 WP에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의 수는 현재 드러난 것의 10배 이상 될 수도 있다"면서 "누가 면력역을 가졌는지 아는 것이 바이러스의 실제 위험성을 파악하는 데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확도다. 유럽 각국 정부는 아직 항체검사의 정확도가 신뢰할만한 수준으로 확보되지 않아 대규모 항체검사에 대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WP에 따르면 앞서 영국 정부는 9개 기업으로부터 1만7050만개에 달하는 항체검사 기구를 구매했지만, 검증 결과 어떤 항체검사 기구도 만족스러운 신뢰성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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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9일 이탈리아 경찰이 밀라노 역에서 승객들의 신분과 이동 이유 등을 확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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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신종 코로나 항체 진단시약은 지나치게 민감해 다른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에도 반응한다. 그럴 경우 잘못된 양성 판정이 나올 수 있다. 또 무증상 감염자를 음성으로 잘못 판정하는 진단시약이 사용될 경우 질병 확산을 가져올 위험이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항체검사 결과 면역력이 생긴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그 면역력이 얼마나 지속될 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IFLb 연구소 책임자 로만 슬로코브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 항체검사의 정확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면서도 "그것이 완전한 면력력인지, 부분적인 면역력인지, 그 면역력은 얼마나 지속되는 지 등의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고 말했다. 헬름홀츠 감염연구소의 크라우제 박사도 "면역력이 얼마나 지속되는 지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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