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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보험사기 하루 245명 24억, 작년 9만2500명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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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가 500만원 이하 소액 범죄

사무장병원 과다 진료에 가담

전업주부·무직자 등 생계형 급증

굴삭기 임대업자인 A(45)씨는 2014년 11월 전남 무안군의 한 교차로에서 자동차 운전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 당시 A씨는 척추 상해 및 중증 치매, ADL후유장해 76% 등 판정을 받아 약 8억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그러다 지난해, 사실상 누워서 지내야만 하는 정도의 장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그가 멀쩡하게 굴삭기 운전을 하고 있더란 제보가 보험사에 접수됐다. A씨는 현재 보험 사기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중앙일보

보험사기 적발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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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같은 사람이 지난해 역대 최고로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가 금액과 인원 등 모든 측면에서 역대 가장 많았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8809억원으로 2018년에 대비 10.4%(828억원) 증가했으며, 적발인원은 9만2538명으로 2018년 대비 16.9%(1만3359명) 증가했다. 하루 평균 254명이 24억원씩의 보험사기를 저질렀다가 적발된 셈이다.

적발된 보험사기는 대부분 소액 보험사기였다. 1인당 평균 적발금액인 950만원을 밑도는 적발 건이 전체의 82%에 달했다. 적발된 전체 보험사기 가운데 100만원 이하 건은 29.4%, 300만원 이하 건은 58%, 500만원 이하 건은 71.7%였다.

직업별로는 전업주부나 무직자 등에 의한 보험사기가 유독 크게 증가했다. 보험사기로 적발된 전업주부는 총 9987명으로 전년 대비 21.8%(1787명) 늘었다. 무직자나 일용직 역시 8766명으로 전년 대비 14%(1077명) 증가했다. 2.6% 증가한 데 그친 일반 회사원이나 24.4% 감소한 일반 자영업자 등에 비하면 증가세가 유독 두드러졌다.

변혜원 보험연구원 금융소비자연구실장은 “최근 일반인의 소액보험사기 등이 급증하는 이유는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비양심적 의료기관들이 보험사기의 회색지대에서 활동하는 탓”이라며 “질병이나 상해 등을 입은 환자가 사무장병원 등 비정상적 의료기관을 방문했다가 의료진의 권유로 과다 진단, 과다 입원 등에 동조해 ‘연성 보험사기’에 연루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령별로는 40대(20.8%)와 50대(25.9%) 등 중년층의 적발 비중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60대 이상 고령층의 보험사기가 증가 추세라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60대 이상의 고령층은 1만7450명으로 전체의 18.9%를 차지했다. 2017년(14.3%)과 2018년(16.4%)과 비교하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보험 종목별로는 손해보험을 이용한 보험사기가 8025억원으로 전체의 91.1% 수준을 차지해 생명보험(785억원, 8.9%)를 크게 앞섰다. 손해보험 가운데선 상해나 질병 등 보험상품을 활용한 보험사기가 연평균 약 500억원씩 증가하면서 비중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상해·질병보험을 통한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4053억원으로 전체의 46% 수준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건전한 보험시장 질서를 세우고, 보험사기로 이한 재정 누수 등 국민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수사기관 및 건강보험공단 등 유관기관과 긴밀하게 공조해 보험사기에 대한 조사를 강화할 것”이라며 “보험사기 방지를 위해 제도 및 업무 관행 개선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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